COLUMN / NO.2
먹방쿡방 삼국지
현란한 칼질과 침샘 폭발 컷이 TV에 번쩍 휴대폰에 번쩍,
바야흐로 먹방쿡방 춘추전국 시대다.
요리 과정의 나열, 연예인의 맛집 소개에 그쳤던 방송은
셰프를 필두로 대식가, 인문학 등을 접목해
다각화된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포잉 매거진은 그중에서도 색깔이 분명하고 이슈가 된 프로그램 셋을
삼국지 형태로 대입, 그들의 천하 삼분지계와 장단점을 정리했다.
출처: tvN <수요미식회> /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백종원의 3대천왕> ‘조조’ 백종원의 위나라 (최신회차 시청률: 6.8%)

장점: 천상계 보증수표 백종원

단점: 먹방+요리 경연+투표 = 밋밋한 장르적 잡탕

먹방쿡방 열풍에 뒤늦게 뛰어든 3대천왕의 컨셉은 의외로 진부하다. 맛집을 찾아내 평가하고 제일 맛있는 집을 선정하는 것. 하지만 다양한 맛집 방송이 재탕 삼탕 되는 와중에 이런 컨셉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후에는 백종원이라는 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지금 가장 대중과 최접점에 서 있는 푸드테이너를 꼽으라면 단연코 백종원일 것이다.

조미료의 사용 유무처럼 맛의 윤리적 측면을 따지기보다, 어떻게 해야 더 맛있게 먹는지 알려주는 ‘아는 만큼 맛있다' 먹방 팁은 보통 사람이 마주치는 식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다. 치킨과 밥을 함께 먹으면 더 고소하다는 ‘치밥’. 바삭한 맛을 양념에 양보하기 싫다는 프라이드 치킨론은 그래서 차별화된 ‘생활 먹방'의 강점을 획득한다. 대중의 입맛을 정확히 짚어주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먹방과 만나면서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그러나 백종원의 존재는 양날의 칼이다. 방송 자체가 그에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 3곳의 맛집을 선정하기 위해 5~6곳을 백종원이 직접 발로 뛰며 먹어보는 전반부는 먹방의 반복으로 단조로워진다. 빅데이터를 통해 맛집을 선정했다는 문구 역시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담당 PD는 관련 기사, 블로그, 서적을 뒤진다고 밝혔는데 과연 그 데이터들을 그대로 취합하는 게 빅데이터 분석일까? 블로그와 기사는 순수한 의도보다 광고, 홍보 등의 목적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정보들을 걸러낸다고 하더라도 분석 조건과 방식에 따라 선정 리스트는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음식 방송 트렌드를 짜깁기한 부분도 단점이다. 맛집 방문과 명인들의 요리 대결, 시청자 투표까지 더해지는 과정에서 킬링 포인트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사라지면서 백종원 과잉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MC로 투입된 ‘먹선수’ 김준현과 백종원을 견제하고 타박하는 이휘재는 기대 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활약한 김준현은 백종원에 눌려 자신의 장점인 대식가만의 먹방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다. 같은 업계의 고수들이 만났으니 충돌을 막기 위해 자기 에너지를 죽이는 꼴이다.

하지만 6~7%의 시청률은 여전히 백종원이 푸드 콘텐츠의 보증수표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그만큼 리얼한 먹방과 대중이 추구하는 입맛의 맥락을 영리하게 공략하는 진행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도 한 번 먹으러 가야지'라는 욕구를 자극하는 유혹임이 틀림없다. 제작진이 맛집을 선정하기 위한 자료 조사와 기준을 시청자들과 함께 공유해간다면 ‘3대천왕’이라는 타이틀이 한층 신뢰감을 더할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 표본 조사를 선정 과정에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다른 MC들의 궁합을 보완하며 진행에 다양한 재미를 곁들인다면 ‘조조' 백종원의 천하는 당분간 무너지기 힘들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기름진 옥토 ‘셰프 군단’ 오나라 (최신회차 시청률: 4%)

장점: 기라성같은 셰프 군단

단점: 냉장고 주인 보는 재미만 남았네

<냉장고를 부탁해>는 한국에 새로운 푸드 콘텐츠 바람을 몰고 온 아이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긋한 나이의 요리연구가 선생님이 무미건조하게 진행하는 플롯 대신, 젊은 셰프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전면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최현석이라는 스타 셰프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요리사가 희망 직업 1순위가 되고, 파인 다이닝에까지 음식의 저변이 확장되면서 전체적인 외식 시장의 다양화에도 이바지했다.

무엇보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포인트는 냉장고와 셰프 군단이다. 팥 아이스크림으로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고 레토르트 제품이 고급 일식으로 둔갑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컬쳐쇼크였다. 이들의 수준 높은 요리와 음식 생산자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스토리는 그 어떤 방송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 우위를 자랑한다. 또한 다양한 퀴진을 보는 재미, 이연복이라는 대가를 재조명하는 계기도 되었다. 종합해보면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 군단이라는 비옥한 땅을 차지해 강동의 기름진 땅을 기반으로 성장한 오나라를 닮았다.

하지만 지금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재미와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첫 번째는 셰프 군단의 노쇠화. 2014년 11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출연한 최현석과 김풍, 홍석천, 미카엘 등의 구성은 1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다. 중간에 이원일, 이연복, 오세득, 이찬오 셰프 등 다양한 패널이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캐릭터를 예능적 요소로 살려내는 재미는 원년 멤버에 기대고 있다. 더 이상 반복되는 허세 소금샷이나 능글 미소에 시청자들은 시큰둥해졌고, ‘음유시인' 이찬오 셰프의 미식 평은 아직 방송 흐름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한다. 그나마 자취 요리로 정체성을 확고히 다진 김풍의 예능감과 이연복 셰프와의 사제 케미가 선방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고정적인 플롯이다. 처음엔 신기했던 셰프들의 요리는 같은 패턴을 거듭하면서 점점 식상해진다. 셰프들의 요리 스타일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시청자들은 감탄사를 외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선이나 재미를 느끼는 접점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김풍의 성장기만 신선하게 느껴진다. 냉장고를 통해 게스트를 관찰하는 컨셉 역시 한계점에 도달했다. 기숙사 아이돌과 기러기 아빠의 사연은 서로 달라도 냉장고 속은 똑같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일 뿐, 결국 정형돈이 냉장고를 뒤져 썸남썸녀를 캐묻는 취조 개그만 예능의 웃음 끈을 간신히 붙잡는다. 이렇게 고착화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오나라의 수성도, 재미의 유통기한 또한 짧아질 것이다.

<수요미식회> 작지만 '송곳 미식' 촉나라 (최신회차 시청률: 1.7%)

장점: 인문학과 도킹! 신선함 99%의 교양 미식

단점: 맛집 선정의 한계와 ‘미식 교육’의 압박

수요미식회를 볼 때 임하는 마음가짐이 ‘공부를 한다’는 피로감을 동반하는 것은 너무 과한 편견일까? 분명 수요미식회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미식 예능이다. 먹방은 없지만 음식에 대한 역사와 유래, 애매하거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주는 교양형 푸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재미는 훌륭한 강점이다. 요리연구가 시점에서 맛을 풀어주는 홍신애, 사회문화의 맥락을 동원해 음식의 본질을 꿰뚫는 황교익의 조언은 음식 비평 콘텐츠의 장르적 포지셔닝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이러한 컨셉이 대중들을 지치게 만드는 지점도 있다. ‘좋은 맛’이란 이래야 한다는 강박이 ‘교양 미식’이라는 옷을 입고 시청자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점잖은 미식 계몽이다. 개그우먼 김효진이 MSG 맛을 어릴 적부터 구별했다는 일화로 미식가임을 자처하고, 돈스파이크 역시 면을 늦게 배웠다며 ‘배운다’는 표현을 쓴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청자에게 음식의 비평적 관점을 갖추도록 압박한다. 알아가는 재미와 지적 자극을 즐길 수 있는 유익함에 비하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식 담론에 ‘내가 맛을 잘 모르는 싸구려 입인가'라고 자책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행하는 패널들이 40대 전후의 남성 위주인 것 또한 생각해 볼 지점이다. 최근에는 젊은 패널이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바라보는 식문화를 방송에서 찾긴 힘들다. 그나마 맛의 편차가 비교적 작거나 이야기와 분위기, 가성비 위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은 괜찮다. 하지만 스테이크, 태국 음식 등 지식이나 비평이 까다롭게 개입되는 상황에선 여지없이 맛과 취향의 다양성이 희석된다. 전현무를 배치해 대중적 입맛의 밸런스를 맞추려 한 시도는 좋았으나 그 효과는 미약해 보인다. 이현우나 신동헌 기자도 자신만의 색깔 없이 ‘리틀 황교익' 꿈나무로 그치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구성은 맛집 선정의 폭 또한 좁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문단이 선정하는 '문 닫기 전에 가야 할 집’은 대부분 노포나 전국에 회자된 맛집들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역사가 짧아도 발군을 자랑하는 젊은 맛집들은 애초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치찌개 편에 등장한 ‘광화문집’은 맛도 서비스도 떨어지는 집으로 혹평받고 있지만 사람들은 방송을 보고 기대하며 찾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미식회의 ‘송곳 미식'은 깊이 있는 식문화와 외식시장을 형성하는 단초다. 식당 선정 기준과 자문단에 다양성을 가미하고, 오히려 젊은 패널에게 음식을 한 수 배우는 장면이 늘어난다면 수요미식회는 더 많은 세상을 이롭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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