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NO.4
오늘, 그리고 디저트
오후 3시 14분, 적당히 따뜻한 햇볕이 들고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분다. 꽤 괜찮은 점심을 마치고 조금씩 노곤해질 때쯤, 달콤한 무언가로 내 마음을 어르고 싶을 때가 있다. 담백하지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디저트가 생각나는 것이다. 이윽고 입안 가득 디저트의 달콤함이 채워지면, 그 여운을 깔끔하게 갈무리할 수 있는, 목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음료가 생각난다. 그렇게 디저트 한 입, 마실 것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바로 디저트 페어링의 시작이다.

스치듯 생각해보면, 내 머릿속에는 페어링이라는 단어가 먹는 것보다는 마시는 것 위주로 형성되어 왔다. 와인 페어링이 그러했고 전통주 페어링이 그러했다. 그래서 으레 그렇다고 여기는 것을 살짝 비틀어, 마시는 것이 아닌 먹는 것이 중심이 되는 페어링을 생각해본다. 오늘의 내 기분을 행복하게 해줄 최고의 디저트와 그에 걸맞은 최상의 마리아주를 조합해, 잠깐이나마 귀빈들의 응접실에 초대된 여왕의 기분을 누려본다.

    디저트 페어링 그 첫 번째.

    가또마담 케이크 그리고 풍요로운 땅 커피

    초코 파우더가 소복이 쌓인 초콜릿 시트와 바닐라빈이 들어간 커스터드 크림은 그 자체로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식감 너머로 은은한 오렌지 바닐라의 향이 느껴지며 멋스러운 풍미를 선사한다. 이렇게 가또마담 케이크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 담백한 달콤함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가 떠오른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땅에서 채취한 라틴 아메리카의 원두는 풍요로운 블렌딩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오렌지와 베리, 그리고 볶은 아몬드의 향을 더한다. 그렇게 케이크와 커피의 매칭이 완성된다.

    디저트 페어링 그 두 번째.

    꼬냑 피칸타르트 그리고 아르마냑

    수십 년간 떡갈나무 통에서 웅크리고 있었을 꼬냑의 풍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살짝 그을린 떡갈나무 통의 탄화된 향과 포도가 숙성되며 저절로 만들어냈을 바닐라 향이 합쳐지면 은은한 캐러멜 향을 자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꼬냑이 캐네디언 메이플 시럽과 만나면 한층 더 깊은 달콤함을 선사한다. 그 자체로 훌륭한 피칸타르트는 고소하면서도 쌉쌀한 풍미로 강렬하게 입안을 점철한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질 때쯤 이 즐거움을 더욱 극대화해줄 아르마냑 한 모금을 마셔보자. 과연 프랑스산 최고급 꼬냑이 무엇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붉은 과일과 바닐라 향으로 이루어진 아르마냑의 섬세한 부케는 피칸타르트의 깊은 짜임새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다.

    디저트 페어링 그 세 번째.

    오렌지 마들렌 그리고 샴페인

    오렌지 리큐어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마들렌 반죽에 또다시 오렌지 제스트를 통째로 필링하면, 그 오렌지의 신선함이 배로 유지된다. 오븐을 거쳐 조가비 모양의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면, 말랑말랑한 시트 속에서 살짝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오렌지 맛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입속의 그 촉감을 180도로 전환해줄 시원한 샴페인을 곁들인다면, 디저트 페어링의 오묘한 반전미를 즐길 수 있다. 밸런스가 훌륭한 Bouvet Ladubay Saphir Brut Vintage 샴페인을 마시며 청량한 마들렌의 마리아주를 경험해보자. 복숭아와 아카시아, 그리고 자스민 향이 코를 간질일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자리한 꿀과 헤이즐넛의 달달함도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디저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당신일지라도, 잠시만 시간을 내어 작지만 큰 사치를 선물해보자. 달콤한 미각에 절로 환호를 지를지 모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엔도르핀은 여기저기 생채기 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지 모른다. 디저트에 관한 필요성만큼 진실된 것은 없다고. 조금은 태평스러워져도 되는 당신에게 잔잔하고, 여유롭고, 평온한 시간을 선사하자.

본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도움 주신 다이닝오브제,
서울와인앤스피릿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