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PEOPLE / NO.7
다니엘 튜더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한국 맥주 사회에 경종을 울린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
그가 한국 친구들과 함께 경리단길에 오픈한 펍 ‘더 부스’는
한국 수제 맥주의 작은 씨앗에서 어느새 음식 문화의 큰 줄기로 변모해있었다.
현재 런던에서 온라인 미디어 ‘바이라인'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다니엘
그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맥주와 이태원 그리고 청년 세대의 문화까지
한국과 런던을 아우르며 맥주처럼 다양하고 쌉쌀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다니엘 튜더입니다. 만나서 반갑고요. 음, 또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 한국에서 저널리스트였고 이후 책도 몇 권 썼습니다. 2013년에 한국 친구들 두 명과 ‘더 부스(The Booth)’라는 맥줏집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크라우드 펀딩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뉴스 미디어를 창업하느라고 런던에 돌아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런던에서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생활은 그 나름대로 보람차지만 결코 쉽지는 않거든요. 사회 활동이나 수입이 별로 없어도, 어떤 희망과 확신을 가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웹사이트도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씩 잘 되고 있어서 이걸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다니엘 씨는 2013년도에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마을이나 소도시에 맥주 양조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1년도 채 안 돼서 판교에 맥주 브루어리를 냈습니다. 요즘 조금씩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생기는 추세인데, 현재 ‘더 부스 판교 브루어리'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브루어리입니다. 혹시 이 브루어리를 더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곳에서 토요일에만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그럼요. 우리 ‘더 부스' 스타일의 맥주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브루어리와 바도 더 열고 싶고요. 물론 저도 여러분들이 토요일뿐만 아니라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저희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마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사실 저희는 다른 나라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 말이죠. 또한 세계 최고 품질의 양조장들과 협업해서 이 양조장들을 한국에 들여오려고도 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튜더로부터 받은 포트레이트
이코노미스트에 ‘Fiery food, Boring beer’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평양에서 맥주를 먹어본 남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두 맥주를 마셔본 사람으로서, 남한과 북한의 맥주는 어떻게 다른가요?
믿기 힘들겠지만, 저는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한국에서 처음 대동강 맥주를 마셔봤어요. 물론 남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갈 수는 없지만, 예상컨대 몇몇 사람들은 아마 대동강 맥주를 마셔봤을 겁니다. 제 기억에는 와바에서 팔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대동강 라거는 확실히 한국의 브랜드 라거 맥주보다 맛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미국식 라거보다는 유럽 스타일 라거에 가깝고요. 한국의 브랜드 맥주들은 대부분 버드와이저랑 비슷한 맛이에요. 거의 특별하다 싶은 게 없고 그냥 마실 수 있는 정도죠. 무엇보다 확실한 건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다양한 맥주를 가지고 있고, 이건 지역 맥주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 봉학 맥주, 경흥 맥주 등을 마셔봤는데 개인적으로 경흥 맥주가 최고였습니다. 물론 대동강 맥주에서도 스타우트, 에일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냅니다. 비록 라거 맥주는 해외에서 시작됐지만, 북한 내에도 정말 다양한 맥주들이 있어요. 고맙게도 남한에서 맥주 르네상스가 시작되긴 했고, 곧 남한의 맥주가 북한의 맥주보다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덕분이지 대기업 때문은 아닐 거에요.
이번 여름에 ‘더 부스’에서 대동강 페일 에일을 출시했잖아요. 평양에서 파는 대동강 맥주와 비슷한 맛인가요?
사실, 완전히 다릅니다. 그냥 재밌는 요소를 주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더 부스’의 대동강 맥주는 에일 종류인데, 세계에서 가장 최고의 맥주 회사 중 하나인 미켈러와 합작해서 낸 거에요.
수제 맥주의 열풍과 더불어 피맥(피자+맥주) 문화를 만드는데도 ‘더 부스'가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보통 피맥의 양대산맥으로 ‘더 부스'와 '맥파이'를 꼽는데요. 이태원 '맥파이' 매장과 비교했을 때 ‘더 부스’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저희 ‘더 부스'는 좀 더 캐주얼하거나 힙스터스러운 느낌일 거예요. (하하) 물론 ‘더 부스'랑 ‘맥파이'의 피자 및 맥주 맛은 다릅니다. 그래도 두 곳 모두 너무 좋은 곳이기 때문에 굳이 “더 부스로 오세요! 맥파이는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두 곳 모두 가보세요! 전 ‘맥파이'와 경쟁하고 싶지도 않아요. ‘더 부스'와 ‘맥파이'가 모두 잘 돼서 한국 맥주(그리고 피자!)의 수준을 더 높이고 싶어요.
사진 : 이번 여름에 ‘더 부스’에서 출시된 대동강 페일 에일과 시그니처 메뉴인 피자
영국에 '펍'이 있다면 한국에는 '호프집'이 있습니다. 둘 다 맥주를 팔지만 상당히 다른 문화를 가진 공간입니다. 한국 호프집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나 영국 펍과 비교해 다르다고 느꼈던 점이 있다면?
한국의 호프는 친한 친구들과 같이 술을 마시며 놀기 좋은 곳입니다. 영국의 펍은 오후에 음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죠.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에도 좋고요. 무엇보다 펍에서는 서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공간이 좀 더 오픈되어 있다는 게 호프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기 자연스럽죠. 어쨌든 스탠딩(서서 마시는 것)도 눈에 띄게 다른 점 중 하나입니다. ‘라운드(Round)’ 문화에 따라 모두가 돌아가면서 교대로 모임 사람들에게 한 잔씩 사기도 하죠. 시치미를 떼고 안 사는 사람에게는 ‘재수 없어’’라는 딱지가 붙기도 해요. 또한 종업원이 아닌 직접 바에 가서 주문해야만 하죠. 바에서 맥주가 나오면 자기가 직접 테이블로 가져가면 됩니다. 물론 영국 펍은 모든 계급에게 열려 있어요. 영국은 계급 중심의 성격이 짙은 사회이지만, 펍은 모두에게 평등한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런던 펍에서는 택시 운전사를 만날 수도 있고 귀족을 만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둘은 펍에서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고요.
독일이나 벨기에는 맥주 브랜드에 따라 서로 다른 잔(glass)을 쓰는 데 반해 영국에서는 보통 파인트로 맥주를 마십니다. 혹자는 맥주도 와인처럼 각각의 전용 잔을 써야 맥주의 맛과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미식가도 아니고 까다로운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서 잔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와 멋지다. 디자인도 예쁘네.’ 정도까지만 생각하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더 부스’의 제 파트너 중 한 명도 특정 맥주에 딱 맞는 잔을 만들기 위해 엄청 신경 써요. 그래서 그런 핵심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장인 정신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전 그저 까다롭지 않은 애주가일 뿐이에요.
가스트로 펍(Gastro pub)에 대해 묻고 싶어요. 런던 패링던 로드에서 처음 시작된 가스트로 펍은 나름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혹자는 가스트로 펍이 상술에 불과하다고 하고 혹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펍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로 보기도 하는데요. 다니엘 씨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좋은 가스트로 펍과 나쁜 가스트로 펍, 두 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가스트로 펍은 열과 성을 다해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음식들을 제공해요. 하지만 나쁜 곳은 그저 그런 음식에 구색만 갖춰 놓은 곳이죠. 어떤 곳은 특색 있게 잘하지만 몇몇 가게들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영업을 하는 거죠. 그중 Heston Bluementha(The fat duck의 헤드 셰프)가 오픈한 가스트로 펍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한,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곳입니다.
사진 : ‘더 부스’ 강남 2호점의 1층 내부 전경
작년에 한 인터뷰 매체에서 진짜 이태원을 만나고 싶다면 경리단길을 가라고 했고, 이제 그 경리단길은 이태원 메인 로드보다 더 북적이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추세가 무섭게 해방촌, 나아가 우사단길까지 뜨고 있는데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이태원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이국적인 공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랫동안 부정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었지만, 점차 외국인 혐오적인 시각이 외국 문화를 동경하는 자세로 빠르게 바뀐 것 같아요.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색다르고 이국적인 경험을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열기 시작했고요. 이러한 현상이 더해져 지금의 이태원 붐을 만들어냈고 경리단길, 해방촌 등 주변 지역으로 계속 퍼지고 있죠. 이 트렌드는 아마 당분간 지속될 겁니다. 물론 서울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을 거고요.
현재 한국에서는 일명 '국맥(국산맥주)’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산 맥주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까요?
장인 정신을 가진 사업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 같아요. 불행하게도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국산 맥주의 다양성을 발전시키기 어렵죠. 맥주를 만들 때 쓰이는 몇 가지 재료들을 국내로 반입할 때 세금도 너무 비쌉니다. 그래서 여러 사례를 찾아보면, 해외에 자회사를 세운 뒤 그곳에서 맥주를 만들어서 다시 한국으로 수입하는 편이 한국에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더 싸고 위험 요소도 적습니다.
한국의 전통주나 술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마셨던 술을 무엇이었나요?
전 배상면주가에서 만든 아락 전통주를 제일 좋아해요. 그 술이 지난 역사 때문인데, 아락은 본래 레반트에서 왔고 불가리아에서 라키아라고 불리는 술과 비슷하죠. 실크 로드를 통해 들어와서 북한도 아락주를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도 아락을 마실 때 분명 그 술에 얽힌 문화와 역사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취하기도 하겠죠. (하하)
한국의 음식 문화 중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하나씩 뽑는다면?
저는 음식을 가운데에 두고 나누어 먹는 문화가 좋아요. 그저 된장찌개 같은 음식에 숟가락을 집어넣기만 하면 되죠. 홍콩에서 그렇게 해봤는데-물론 습관이 됐기 때문이죠-, 모두가 절 보고 황당해 했어요. 좋아하지 않는 건 딱히 없는데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느끼긴 해요.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이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고추장이 들어있잖아요. 전 고추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것도 많이 좋아하거든요.
수제 맥주 펍과 브루어리들이 생기면서 맥주의 민주화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제 맥주가 고급화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즐기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의 20-30대는 '삼포세대'라고 해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위해 만든 수제 맥주를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요?
음,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확실한 건 엄격한 기준과 높은 품질을 갖춘 상품은 대량 생산 시스템의 기성품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것이 경제 원리의 현실이죠. 시간이 지나 작은 단위의 맥주 양조업체가 성장하고 대기업들 역시 다양한 카테고리의 맥주 생산에 주력한다면,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가 형성돼서 가격이 떨어질 겁니다. 위에 언급해주신 경제 현실과 좀 더 연관 시켜 접근한다면 이 짧은 인터뷰에 다 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아요.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인 '바이라인'은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음식에 관한 주제로 올리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포잉 매거진과 함께 협업할 생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죠! 음식문화에 관한 기사라면 언제나 환영이에요. 올리고 싶은 주제들도 많고요. 사실 지금 바이라인에는 독자들이 질릴 정도로 정치나 경제 관련 기사만 잔뜩 있거든요. (하하) 포잉과 함께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사진 : 대동강을 건너는 듯한 대동강 페일 에일의 로고가 인상적이다
결국 음식 문화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음식으로 허세 부리는 건 결코 반대합니다. 진심으로 심플한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프랑스에서 먹은 건데, 그냥 구운 달고기 생선에 마늘과 버터 그리고 토마토를 곁들인 음식이었어요. 식사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와인과 좋은 친구들 역시 필수죠. 요즘 같은 도시 생활에선 이렇게 여유 있는 식사를 하면서 사람과 소통하기가 어려워요. 런던이든 서울이든, 어디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수제 맥주에 열광하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전 맥주 대변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말하는 게 좋겠죠. 전 한국 청년들에게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바도 열어보라고 하고 싶죠. 그리고 제발 소규모 업장에서 만든 맥주를 마셔보세요. ‘더 부스'뿐만 아니라 ‘맥파이' 등 다양한 곳에서요. 현재 대기업이 수제 맥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모든 걸 동원하며 애쓰는 중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국 선택의 폭이 작아져서 그다지 재미없는 맥주들만 마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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