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10
장 명 식
Wednesday, August 5th, 2015
4 : 00 pm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를 이끄신 지 10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요리하신 지는 20년 이상 되셨고요. 원래 도시설계 쪽으로 꿈을 꾸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이 분야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 재수 생활을 할 때 학원에 다니면서 식당 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서빙을 하다가 주방이 바쁘면 가끔 들어가서 도왔죠. 그때마다 주방 아주머니들의 칼 솜씨가 너무 신기한 거에요. 그래서 어느 날 허락을 맡고 양파를 썰어봤죠. 너무 재밌었어요. 보통 칼을 처음 잡게 되면 겁부터 나거든요. 그런데 저는 잠자기 직전까지 주방의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주방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고 꿈도 이쪽으로 돌렸죠. 이후 제대해서 경주호텔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요리 공부를 하게 됐어요.
굉장히 독특한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저 같은 친구들이 많아요. 레스토랑에 면접 보러 온 친구들 중에서도 많더라고요. 지금 주방에 있는 한 친구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치과 의사를 시키려고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다니엘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난 후 감동을 받아서 요리해야겠다고 결심했데요. 그 길로 바로 호주로 요리를 배우러 떠났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요리 분야는 한 번에 쑥 빨려 들어가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전 다른 분야에 있다가 요리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죠.
원래 공학에 뜻을 두셨잖아요. 혹시 셰프님의 요리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면이 강한가요?
과학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대입시키지는 않아요. 그래도 레스토랑을 이끌 때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서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 혹은 키친의 동선을 어떻게 짜야 효율적인지 이런 것들을 말이죠. 저는 서면이나 수치에 약한 타입이지만 이런 것들을 설계할 때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국내파 셰프로서 수많은 퀴진 중에 프렌치 요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렌치 퀴진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프렌치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은 메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한식이나 다른 요리는 한 가지 요리가 그 집의 주메뉴가 되면 10년, 20년이고 죽 그 메뉴를 밀잖아요. 프렌치 요리는 항상 메뉴가 변할 수 있어요. 어떤 좋은 재료가 나타나면 당일에도 그 메뉴가 바뀔 수 있죠. 이런 점이 요리사의 욕망을 잘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고 좋은 재료가 나타나면 이걸 어떻게 해야 맛있을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어떤 방법으로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으시나요?
영감을 얻는 방법은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정말 여러 매체들이 있잖아요. 온라인도 있고 책도 있으니 제가 보려고만 하면 정말 많은 곳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요. 또한 지금까지 제가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함께 일하는 스텝들과 여러 가지를 논의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고안해 냅니다.
요리할 때 셰프님만의 규칙이나 습관이 있다면?
저만의 규칙이라기보다는 모든 셰프가 다 그럴 같은데, 저는 재료끼리 서로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합니다. 예를 들어 선도가 떨어지거나 포장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혹은 재료들끼리 조금이라도 밸런스가 맞지 않은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하는 거죠. 아예 처음부터 그 재료를 쓰지 않는 게 좋아요. 준비 과정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직전에 재료를 바꿔버리면 좋은 요리가 나오기 힘들거든요.
요즘 한국의 음식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새로운 퀴진이나 혁신적인 요리를 시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클래식 퀴진을 하는 셰프님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외식 문화가 발달하려면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요즘 유럽의 엘불리나 노마 같은 스타일을 선보이는 셰프들이 많아지고 있고, 한식과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클래식 퀴진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다양한 시도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아쉬운 건 좀 더 기본적인 것을 단련한 후에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점입니다. ‘혁신’은 정말 좋은 단어지만 그만큼 지나쳐버리는 것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다양성이 있어야 그 속에서 발전이 이어지겠죠?
한국의 외식 문화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양식, 그중에서도 이탈리안 다이닝을 찾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사실 프렌치는 뭔가 어렵고 진입 장벽도 더 크게 느껴지는데요. 프렌치 다이닝을 좀 더 대중화할 방법이 없을까요?
프렌치 요리는 결국 가격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이탈리안 요리는 주로 한 메뉴만 팔 수 있지만 프렌치는 코스메뉴가 주잖아요.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탈리안 요리는 주재료의 70%가 면이라서 아무리 좋은 면을 써도 비용 자체가 낮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큰돈을 내지 않고도 기분 내는 외식을 할 수 있죠. 물로 사회적으로 예약 문화가 잘 잡혀있지 않아서 좋은 음식을 즐기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거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셰프들이 점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충분히 대중화될 거로 생각합니다.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과 비교했을 때 ‘라미띠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따뜻한 음식을 낼 수 있는 동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요. 키친하고 테이블 간의 거리가 짧아서 음식이 플레이팅 되고 테이블까지 오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1분이 채 안 됩니다. 심지어 제일 가까운 곳은 3초 정도 되고요. 가장 정확한 포인트에 음식을 낼 수 있죠. 프렌치 요리는 익히는 게 제일 중요한데 10초, 20초 단위로 맛이 바뀌거든요. 가장 맛있는 시간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죠.
후에 이 ‘라미띠에’라는 공간을 물려줄 후학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네 있습니다. (하하) 물론 후에 그 친구가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전 라미띠에라는 공간을 절대 없애고 싶지 않아요. 제가 이곳에서 20년 정도 요리할 수 있고 누군가 또 20년을 하게 된다면 벌써 40, 50년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 레스토랑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나오는 힘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또 엄마랑 손잡고 갔던 레스토랑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곳을 통해 단순히 밥만 먹는 게 아니라 감동도 받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셰프님은 프렌치 퀴진으로는 모든 걸 다 이루셨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나중에 다른 요리를 하게 된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설렁탕 집이요. 정말 맛있고 제대로 된 설렁탕을 만들고 싶어요. 좋잖아요? 추운 날 설렁탕처럼 뜨끈뜨끈한 음식만큼 최고인 게 없죠. 그리고 그런 음식들이 사람 사는데 큰 위로가 됩니다. 배고픔은 사람한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설렁탕 한 그릇도 프렌치 10코스 못지않게 맛있는 끼니가 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 설렁탕을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요?
제 흰 머리가 좀 더 많아지면? (하하) 어쨌든 노후를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맛있게 할 거니까 꼭 오세요.
지금까지 약 20년 넘게 요리하시면서, 장명식 셰프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리의 기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만큼 정성껏 요리해서 상대방에게 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아무리 좋은 재료로 요리해도 요리하는 사람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손님에겐 독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엄마들은 집에서 요리할 때 나쁜 마음으로 요리하지 않잖아요. 우리 가족이 이걸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리하죠. 요리 스킬은 반복, 숙달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를 컨트롤 하는 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문제에요. 나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가장 맛있고 좋은 요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셰프’란 무엇일까요?
음… 그저 자기가 맡고 있는 키친의 모든 걸 책임지고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가운을 입고 키친 안에서 조리 도구를 들며 늘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이죠. 더 나아가 오너 셰프는 키친뿐만 아니라 홀, 접객, 고객서비스까지 모든 걸 책임지는 사람이고요. 셰프가 키친을 벗어났을 땐 차라리 셰프보다 다른 타이틀을 대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만약 키친에 매일 있지 않고 바깥 활동을 할 때, 누군가 저보고 셰프라고 하면 좀 부끄러울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만이 느끼는 문제겠죠? 그래도 이참에 셰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 무더운 여름날 주방에서 일하는 게 참 힘들 텐데, 다들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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