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PEOPLE / NO.6
성희성 PD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월요일 저녁마다
온 국민을 배고프게 만드는 성희성 PD를 만나고 왔다.
요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말에 한번 놀랐고,
냉장고와 사람, 그리고 요리로 이야기를 확장하는 공감 자세에 두번 놀랐다.
밀린 업무와 정신없는 스케줄로 제작진 사무실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지만,
재밌는 예능이라면 무조건 눈이 돌아가는, 그야말로 천상 예능 PD였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애청자로서 굉장히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JTBC 제작 3팀에서 <냉장고를 부탁해> 연출을 맡고 있는 성희성 PD입니다.
PD님도 요리하는 걸 즐기는 요섹남인가요? 이 프로그램도 요리하다가 생각하신 건지.
사실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처음 기획했을 때도 요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었죠. 우리 주변에 있는 것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거든요. 가장 흔하면서도 우리가 무심코 넘어가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냉장고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냉장고를 열면 그 사람의 사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연예인의 냉장고를 보면 그 사람이 사는 걸 풀 수 있겠다 싶었죠. 그 안의 재료로 셰프들끼리 붙여서 요리하면 재밌겠더라고요. 결국 예능적으로 접근해서 얻은 결과물인데, 얻어걸린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아요. (하하)
‘쿡방’의 전성시대입니다. 한쪽에서는 혼밥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들의 정서가 쿡방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위로 효과 때문이라고도 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각박함을 방송으로 대리만족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PD님께서는 ‘쿡방’이 뜬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비해 맛있는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개념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 맛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생각보다 맛없거나 제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많거든요. 맛집이라는 정의가 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내가 확인한 안전한 재료로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직접 해야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게다가 옛날과 다르게 주변에 대형마트가 많이 생겨서 레스토랑에서 접할 수 있는 식자재도 쉽게 구할 수 있잖아요. 여가가 많아지고 의식 수준도 높아지니까 사람들이 요리의 재미를 알게 되는 거죠.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이슈로 셰프 캐릭터를 예능화하는 ‘셰프테이너’ 논란이 뜨거운데요. 요리라는 본업을 간과한 무리수라는 비판도 있고, 미식 문화의 저변을 넓혀 대중들과의 장벽을 낮췄다는 평도 있습니다. PD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음, 이게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셰프는 꼭 이래야만 한다고 틀을 정해 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보거든요. 정치가, 변호사, 선생님들 모두 자기 일만 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방송에 나와 열심히 자기 견해를 알리시는 분도 있잖아요. 셰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묵묵히 주방을 지키는 걸 좋아하는 분이 있는 반면 자기가 요리하는 걸 알리고 싶은 분들도 있을 거예요. 개인의 성향 차이일 뿐입니다. 소위 셰프테이너라는 분들이 본업에 소홀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 그 업계에서 인정받고 계신 분들이죠.
그렇다면 ‘셰프테이너’가 하나의 신조어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장점은 뭘까요?
셰프들이 언론에 나와서 사람들은 요리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되고, 시청자들도 요리가 참 즐거운 거구나 느끼면서 요리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전 이런 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까 언급했던 두 의견이 대립할 필요도 없는 거고요.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 참 재밌습니다. 하지만 원래 방송하던 분들이 아니라서 프로그램 제작 시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끌어내고 싶은 점은 없었나요?
셰프들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살짝 아쉬운 건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볼 때 좀 더 적극적으로 토크에 임해주셨으면 하는데… 사실 욕심이죠. MC들이 냉장고를 보며 웃고 있는 그 순간이 셰프에겐 제일 복잡한 시간이거든요. 무엇을 요리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연구하는 치열한 때에요. 방송에는 안 나오지만 재료가 공개될 때 다들 열심히 적고 계세요. 대신 그분들이 요리하면서 재밌게 진행도 해주시니까 굉장히 고맙기도 해요. 특히 김풍 작가는 셰프도 아닌데 상대방의 캐릭터를 잡아주거나 서로의 관계도 설정해주니까요. 업계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러잖아도 김풍 작가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신의 한 수로 불리고 있는데요. 특별히 섭외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 같은 케미를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출근하는데 라디오에 김풍 작가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자취생 요리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정말 너무 웃긴 거에요.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웃겨서 숨도 못 쉴 정도였죠. 그래서 인상 깊게 생각해두다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할 때 무조건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는 일류 셰프들의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니라 냉장고 안의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거였으니까요. 오히려 비전문가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줄 것도 많겠다 싶었죠. 마찬가지로 시청자와 셰프 사이에 걸친 분이 홍석천 씨에요. 레스토랑 경영자이지만 분명히 요리나 맛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색깔의 출연진을 구성하려고 했어요.
셰프와 일반인 사이에 있는 캐릭터로 ‘슈가보이’ 백종원 씨를 들 수 있는데요. 집밥 스타일로 또 다른 쿡방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데, 혹시 백종원 씨를 차기 셰프로 초대하실 생각은 없나요?
같이 해주시면 너무 좋죠. 몇 번 만난 적도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현재 구성을 유지하려고 해요. 백종원 씨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분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고, 저희는 또 저희만의 영역이 있으니까요. <집밥 백선생>은 우리에게 친숙한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노하우를 알려주는 성격인데 반해 <냉장고를 부탁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각자 다른 색깔을 지닌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나와주시지 않을까요? (웃음)
이번에는 요리 얘기를 좀 해볼게요. 지금까지 셰프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치 넘치는 요리를 많이 선보였잖아요. 그중에서 이건 꼭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요리가 있었나요?
제일 신기했던 건 미카엘이 했던 ‘가슴이 콩닭콩닭'이에요. 닭가슴살 훈제 요리잖아요. 집에서 훈제 요리를 할 수 있다? 와! 정말 놀라웠어요. 한국인들이 요리해 먹는 게 뻔하잖아요. 맨날 구워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고. 저는 그거 말고도 맛있게 해먹을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 프로그램 컨셉 중 하나였고요. 어쨌든 집에서도 훈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한 번 해 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다른 요리들도 몇 번 따라 해 보긴 했는데… 제가 하니까 별로 맛이 없었어요. (웃음)
<냉장고를 부탁해>의 깨알 재미라고 하죠? 메뉴 네이밍이요. ‘치튀치튀 뱅뱅’, ‘흥. 칩. 풍’ 등 음식 이름이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렇게 연출 작업을 할 때 아이디어를 얻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따로 그런 건 없어요.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안 되는 건 안되더라고요. 제일 좋은 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거에요. 제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저는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듣는 편인데, 그런 게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정리되는 것 같아요.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TV를 보거나 차를 타고 가면서 항상 여기저기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결국은 주위에 대한 관심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기저에 깔려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어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예능이지만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도 느껴지더라고요. 혹시 이전에는 주로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을 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주로 예능을 해왔습니다. 예능 PD들은 호기심이 많고 포용력이 넓어서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다큐스럽거나 교양적인 것도 공감 포인트가 있고 재밌게 풀어낼 수만 있으면 다 예능의 소재가 되는 거죠. <냉장고를 부탁해>도 교양으로 풀어낸 부분이 있어요. 연예인들이 나와서 퀴즈를 맞히거나 게임을 하며 재미를 끌어 낼 수도 있지만,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거든요. 시청자한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보면 교양이라도 예능적인 요소가 있고, 예능이라도 교양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어떤 형식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느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현재 <냉장고를 부탁해>로 쿡방 예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차기 프로그램도 음식에 관련된 건가요? 혹시 구상 중이신 게 있다면 살짝 귀띔 부탁해요.
음… 비밀이에요.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해야지. (웃음) 두 개 정도 생각한 게 있는데 틈틈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것 역시 일상적이고 공감 가는 소재를 다룰 거고요. 당분간은 그런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SNS나 온라인이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을 재밌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정말 훌륭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다음 기획은 요리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어떤 공감을 밑바탕으로 깔고 가는 그런 프로가 될 것 같네요.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는…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이제 거의 인터뷰가 끝나가는데요. 막판에 돌발 질문 하나 드릴게요. PD님에게 셰프는 어떤 사람인가요?
와 진짜, 핵심적인 질문인데요. 음… 저는 원래 요리에 관심 있던 사람이 아니라 이쪽 업계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이 작업을 통해 그들이 하는 작업을 보면 정말 놀랍더라고요. 그래서 셰프란, 좀 토속적일지도 모르겠는데 ‘행복을 주는 마술사’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걸 먹으면 너무 행복하잖아요. 그들이 만드는 과정을 감히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마술로 행복을 만드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재료로 이런 요리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한 편의 마술 같아요.
<냉장고를 부탁해>가 첫방을 한지 9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동고동락하던 출연진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저를 보고 많은 분들이 셰프의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해주셨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셰프들이 놀 수 있는 판만 깔아 준거에요. 주인공은 셰프들이고 그들이 잘 놀 수 있게 흥을 돋워준 것도 김성주, 정형돈 MC 덕분이었거든요. 출연자분들이 정말 잘 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냉부’라는 유행어도 탄생하고 이제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없죠. 사실 프로그램의 첫 기획 의도는 ‘훌륭한 요리 재료는 당신 집 안에 있습니다.’였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내 집안에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훌륭한 재료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그런 점에서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질책도 많은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질책하는 것 자체가 관심이 많다는 거로 생각합니다. 아낌없는 비판도 해주시고 좋은 거는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저희가 더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이에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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