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9
피에르 에르메
Wednesday, June 17th, 2015
11 : 00 am
셰프님은 자신의 파티세리*(patisserie)를 열기 전 ‘Lenotre’, ‘Fauchon’, ‘Laduree’와 같은 유명한 파티세리에서 일하셨습니다. 이곳들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한데요. 자신만의 파티세리를 오픈하신 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치고 계신가요?
저는 저만의 스타일과 방식대로 일하기 위해 파티세리를 열고 싶었고, 그래서 열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창의성은 ‘피에르 에르메' 회사의 철학으로 자리 잡아 모든 구성원이 따르고 있죠. 그래서 위에 언급했던 다른 파티세리들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는 무조건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걸 이해합니다. 하지만 다른 파티세리의 규칙도 더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파티세리(patisserie) : 케이크, 디저트 등을 제조하는 방법 혹은 케이크 및 제과점
창작과 파티세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나요?
저는 저만의 욕구와 영감에 따라 자유롭게 파티세리를 연마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파티세리를 만드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죠. 다시 말해 이건 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또한 저만의 방식대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합니다. 와인, 향수, 패션, 디자인, 건축 등, 모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다양한 분야에서도 파티세리에 관한 영감이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영역에 관한 취미(취향)들은 아이디어와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와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와인에 관한 지식과 표현들은 제가 맛을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와인 교육은 다양한 향기와 느낌 등을 알려주고 이는 제가 더 섬세하고 폭넓은 어휘를 구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포잉에서 인터뷰했던 피에르 가니에르 님은 ‘셰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요리는 실패다.’는 명언으로 유명합니다. 파티세리 분야는 어떤가요?
요리 행위는 현장감(immediacy)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서 바로 서빙하면 됩니다. 감정들을 전달하기 쉬운 편이죠. 그에 반해 파티세리 부분은 그걸 만든 사람의 정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만 하죠. 따라서 제빵 분야는 반드시 ‘훌륭한 맛(the taste of good)’이 있어야 합니다. 필수죠.
프랑스나 일본에서는 최고의 셰프들을 장인 및 예술가로 여깁니다. 셰프님 역시 ‘파티세리계의 피카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리할 때 예술적인 차원도 생각하는 편인가요?
이쪽 산업은 기술 분야입니다. 전문 지식에 따라 일일 생산량을 내놓는 기술이에요. 창조, 그러니까 개인적인 표현이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관련될 때 예술적인 차원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향과 질감을 결합할 때 특히 더 예술적인 차원을 고려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셰프의 재능을 대우해주는 문화가 다소 미흡한 편이지만, 요즘 들어 한국의 음식 문화가 더욱 발전하는 추세입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한국 퀴진에 관한 제 지식이 매우 얄팍한 것 같습니다. 몇 달 전 월드 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밀라노에 갔었는데, 알다시피 그 박람회는 음식과 미래에 대해 헌신하는 자리였습니다. 거기서 한국 부스에 참여했는데, 발효 식품을 강조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발효 식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흥미로웠어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한식 퀴진을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할 수 있는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탈리아, 일본, 모로코 퀴진에 관한 클리셰를 갖고 있듯이 한국 퀴진에 대해서도 클리셰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좀 더 심도 있게 퀴진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한다면, 분명 좀 더 나은 이해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셰프님은 한국에서 크리스찬 디올과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셰프님도 작업할 때는 패션 디자이너처럼 스케치를 하시는데, 패션 분야와 파티세리 분야가 공유하는 포인트는 어떤 건가요?
정확히 프랑스의 전문 지식과 ‘생활 전문 지식’이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디테일을 보는 예리한 감각이 있는 거죠. Vincent Bernard(크리스찬 디올 총 책임자)와 함께 빌딩을 돌았을 때 진심으로 디테일에 관한 센스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경험을 나누기 위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죠. 누군가 이곳에 올 때는 옷이나 가방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경험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회사는 그런 의지의 대명사이기도 하고요. 나아가 창조도 두 회사의 공통점입니다. 우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이죠. 우린 두 회사가 함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콜베르 위원회*(Comité Colbert)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콜베르 위원회(Comité Colbert): 디올, 에르메스, 샤넬 등 프랑스 명품 브랜드 70여 곳이 속한 단체
여행 때마다 항상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번 해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재료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파리를 포함해 여행하는 동안 많은 식재료를 맛보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노력하죠. 이미 알고 있는 고급 식재료라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알려진 것들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한국에 도착했을 때 오미자라는 열매가 참 다양한 맛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짜면서도 달고, 시큼하면서도 쓴맛까지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오미자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미자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파티세리에서 과일이나 꽃, 초콜릿은 다소 전통적이면서도 식상할 수 있는 향입니다. 요리에 이용했던 것 중에 가장 특이했던 향은 어떤 것이었나요?
전 딱히 특이한 것을 따르지는 않아요. 제 일은 복합적입니다. 향끼리 결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창작하죠. 물론 때때로 단 영역에서 생각해내기 힘든 아이리스,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완두, 당근 같은 특이한 것들이 중요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완두나 당근은 단맛을 내기 가장 적합한 채소이기도 하고요. 또한 저는 ‘앙피니망(Infiniment)'이라고 칭하는 독특한 맛을 연구합니다. 특정한 한 맛을 가장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죠. 앙피니망 레몬, 앙피니망 커피, 앙피니망 바닐라 등, 모두가 서로 다른 타입의 작업입니다. 이렇게 제 일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굉장히 재밌는 관계입니다.
셰프님은 Christophe Michalak(프랑스의 마스터 파티시에)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Jerome de Oliveira(패스트리 세계 챔피언)의 멘토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파티세리 교대 팀(relief team)은 굉장히 활동적인데요. 이 업계에서 셰프님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인지도가 높은 파티세리 셰프들을 많이 가르쳐왔고 그들이 이 분야의 탑인 것은 사실입니다. 교육과 전달은 의무이자 이 산업의 핵심 요소입니다. 계속해서 전승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저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물론 대중들에게도요. 대중에게 전달되는 특정한 양상도 있기 마련이죠. 요즘 사람들은 우리가 하지 않는 쿠킹 클래스나 레시피 및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전 이러한 전달 방식을 환영합니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온다는 뜻이기도 하죠.
셰프님은 레지옹도뇌르 훈장과 문학예술 훈장에서 기사 작위를 부여받았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프랑스 파티세리의 노하우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명성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혹은 실제 성향과 잘 맞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귀납적 추론에서 오는 일종의 인정입니다. 굉장히 멋지고 어떻게 보면 으쓱할만한 일이죠. 하지만 매일 제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표창은 격려 차원에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들 덕분에 셰프님이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람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 회사는 프랑스의 노하우와 기술을 상징하고 있어요. 특히 세계 파티세리 분야에서 우세합니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다른 회사와 함께 다소 독특한 노하우를 구체화하는 편이죠. 요리 분야는 일본식 퀴진, 모로칸 퀴진 등 정말 다양한 퀴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파티세리 분야는 그렇지 않은 편이죠. 물론 나라나 지역적으로 독특한 특성들이 있지만 요리 분야에 비하면 분명 적은 편이에요.
심미적인 부분을 위해 맛을 양보할 수 있습니까?
맛은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맛은 향과 질감 그리고 느낌 등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합쳐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맛을 규정하고요. 실제로 제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입니다. 그다음에 특별한 데코레이션을 하지 않는 상태로 케이크를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마무리합니다. 불필요한 데코레이션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물론 가끔 미적인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파한 마카롱은 장미 꽃잎을 사용해 우아한 맛을 더했죠.
많은 사람이 셰프님의 요리로 즐거워합니다. 이러한 점이 열심히 일하는 데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나요?
많은 사람과 즐거움, 그리고 다양한 감각의 세계를 나누는 게 창작의 유일한 동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요리를 창조해 낼 때, 항상 첫 단계에는 생산자가 아닌 미식가,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제 요리를 맛보곤 합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맛과 질이 뛰어난가?” 입니다. 애초에 상상하고 계획했던 요리와 그 결과물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리 두기’는 제 창의적인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모여 지금까지도 제가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원천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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