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EDIENT / NO.8 드라이 에이징
DRY AGING
드라이 에이징

가끔 전 여자친구가 그립고 전에 살았던 곳이 그리우며 전에 먹었던 음식이 그립다. 추억은 그렇게 머릿속에 되살아나서 그리움으로 인간을 괴롭힌다. 이처럼 인간이 추억을 그리워하며 대세가 된 요리가 있었으니, 바로 드라이 에이징 소고기이다. 사실 드라이 에이징은 과학과 인류가 발전되어 도태돼버린, 말 그대로 기구한 운명을 맞은 방법이다. 밀폐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1960년대 이전, 고기를 보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던 숙성 방법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따지면 고대 몽골, 로마 시대에도 고기를 건조해 먹었으니, 적어도 이 방법은 1,000년 이상 됐다.

80년대에 들어 전 세계 축산물 유통의 90% 이상이 웻 에이징으로 대체되었고 더는 드라이 에이징을 먹지 않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 꼬릿꼬릿한 향이 그리웠는지, 90년대에 미국 중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조금씩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부활하게 되었다.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맛보다 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미국의 몇몇 할아버지들이 그 향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본인의 젊은 시절을 함께 한 향이니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렇게 드라이 에이징이 부활했고 2010년에는 한국이라는 미식 후진국으로 진출하여 현재 많은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초반만 해도 드라잉 에이징 스테이크는 100g당 약 5만 원 정도에 팔렸다. 이는 무지한 소비자나 혹은 미국 물을 좀 먹고 그 스테이크 맛이 매우 그리웠던 사람들이 얼마가 됐던 일단 쓰고 보자는, 일명 묻지마 소비자를 향한 어이없는 가격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피터 루거 스테이크만 하더라도 1인당 5만 원이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최근에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가 한국에 들어와 합리적인 가격에 메뉴를 구성했고, 그 결과 강남권의 모든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하우스가 가격을 내렸다. 대부분 100g당 2만 7천 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가격이 비싸거나 싼 건 이해할 수 있다. 그곳에서 파는 스테이크가 맛있는지 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솔직히 한국에는 맛있는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 없다. 뉴욕에서 피터 루거, 스트립 스테이크 등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국과 그곳의 맛이 너무 달라서 돈을 주고 먹는 게 아깝다고 느껴질 것이다. 예전에는 청담동 T 스테이크 하우스가 괜찮았지만, 최근에 셰프가 바뀌고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맛이 엉망으로 됐다. 요즘은 그나마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와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가 가장 훌륭하다. 아무튼 한국의 스테이크하우스들은 반성해야 한다. 가격은 미국보다 2배나 비싸면서 맛은 미국보다 3배나 떨어지니 말이다. 물론 미국에서 한국과 같은 맛의 김치를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너무 불만만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사진 : (위) 드라이 에이징, (아래) 웻 에이징    

그렇다면 과연 한우를 드라이 에이징 할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는 한우를 드라이 에이징 하는 곳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이 매우 비합리적이고 맛없는 요리법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로 드라이 에이징 하는 법을 올리는 블로그들이 난무하는 게 문제다. 확실히 말하지만, 한우는 드라이 에이징 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고기는 식감과 특유의 향으로 먹는 고기, 그리고 녹는 식감과 기름 맛으로 먹는 고기로 나뉜다. 미국과 유럽의 고기가 전자에 해당하고 한우와 와규 등이 후자에 속한다. 전자는 기름기가 적지만 향과 식감이 좋은 게 특징인데, 약간 질겨서 드라이 에이징을 통해 연육 작업과 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기름기가 많은 마블링이 많은 게 특징이다. 기름이 많은 고기로 드라이 에이징을 하면 곰팡이 향이 배면서 굉장히 역한 냄새가 난다. 또한 고기가 부드러운 상태에서 극한의 숙성까지 하면 식감도 으스러진다. 따라서 한우는 드라이 에이징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좋다. 물론 한우도 숙성하면 맛있다. 하지만 그 숙성이 드라이 에이징처럼 극한의 숙성이 아니라 웻 에이징의 숙성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개인적으로 고기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굽는 방법과 스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고기라도 누가 구웠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엄청나게 좋은 비장탄이 아닌 이상 숯불보다 가스 불에 고기를 굽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고 구멍 뚫린 판보다는 프라이팬이 더 좋다. 프라이팬을 많이 달군 후 강한 불에 기름과 버터를 적당히 둘러 고기를 튀기듯이 굽는다. 그래서 겉이 바삭하도록 한다. 고기는 통으로 굽는 게 좋다. 육즙을 응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셰프가 아닌 이상 그냥 프라이팬에 튀기듯 구워 먹으면 맛있게 고기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스테이크하우스를 제외한 기타 한식 고기구이 집에서 에이징이다, 아니다 하는 것들 대부분이 상술에 속한다. 에이징을 한 싼 고기보다는 숙성하지 않은 투뿔 한우가 더 맛있다. 또한 씹는 맛이 있고 기름이 없는 걸 선호하면 미국산 고기를 먹으면 되고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선호하면 한우를 먹으면 된다. 수입이라고 나쁜 것도 아니며 한우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 상술에 속지 말고 좋아하는 고기를 찾자. 그리고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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