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PEOPLE / NO.5
미카엘 아쉬미노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불가리아 청년, ‘미카엘’을 만났다.
어느덧 한국에 온 지 13년이 지났고, 레스토랑 ‘젤렌'도 9년째에 접어들었다.
포잉 인터뷰 팀을 위해 점심시간에도 선뜻 테라스 석을 마련해 준 그의 친절함에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불가리아 특유의 신선하고 담백한 요리를 선보이면서
불가리아 음식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미카엘입니다. 불가리아에서 1982년 3월에 태어났고 현재 33살입니다. 한국에 온 지 13년 정도 됐고요.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을 운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젤렌'이 이태원에 문을 연 지 9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참 많이 바뀌었는데요. 지금은 명실상부 음식과 문화의 핫 플레이스입니다. 공감하시나요?
사실 10년 전만 해도 이태원은 뭔가 어두웠어요. 특히 젤렌이 있는 이 골목은 너무 지저분했죠. 레스토랑도 네 군데가 전부였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 ‘르 생떽스'와 그리스 레스토랑 ‘산토리니'가 조금씩 유명해지면서 이 공간도 덩달아 알려졌어요. 젤렌은 이 골목에서 가장 마지막에 생겼는데 처음에는 한국인들이 불가리아를 잘 몰라서 손님이 없었죠. 외국인 손님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불가리안 요거트나 장미가 유명해지면서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이태원 자체도 참 활발해져서 좋아요.
지금은 정식 셰프로서의 길을 걷고 있지 않지만 한때는 셰프셨잖아요. 그런데도 셰프라는 타이틀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냥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완전한 셰프는 아닙니다. 셰프라는 직업은 매일 주방에서 외롭게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정말 존경받아야 하는 힘든 직업입니다. 저는 지금 레스토랑의 오너라서 홀을 돌고 있지만 주방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그곳은 세계 각국에서 온 전문적인 셰프님 5명이 책임지는 공간입니다. 물론 여전히 주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참 좋기는 해요.
그렇다면 미카엘이 생각하는 ‘셰프’는 어떤 사람인가요?
Organizer(연출가)라고 생각해요. 매우 중요한 위치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것은 셰프의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 식자재, 시장, 프로모션, 주문, 비용 등도 모두 고려해야 하죠. 밑의 요리사들도 컨트롤하면서 주방 전체를 이끄는 사람이 셰프라고 생각합니다.
요리 자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항상 어머니, 아버지께서 주방에서 뭘 만들고 계셨어요. 그러면 저는 그 옆에서 도와드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요리에 관한 관심이 생겼어요. 결국 요리 학교도 등록하면서 지금까지 요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네요. lt’s all my life!
불가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 온 건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하게 된 이유는 명확해요. 친구가 같이하자고 했거든요. 12년 전에는 한국에서 제 입맛에 맞는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없었어요. 물론 호텔에는 괜찮은 레스토랑이 많았지만 비싸서 날마다 갈 수는 없었죠. 그래서 친구랑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집에서 레스토랑 스타일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친구가 ‘미카엘, 우리 레스토랑 하자!’라고 하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외국인이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건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을 텐데?
저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이 힘들 거에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인 손님들을 대할 때였어요. 이곳에서 김치를 원하는 분들도 있었고 한식과 퓨전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도 많았어요. 그래도 요즘은 유럽에서 직접 음식 문화를 경험하신 분들이 많으니까 훨씬 편해졌어요. 여전히 한국은 휴가가 적은 나라이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여행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더라고요. 해외에서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긴 거죠.
젤렌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셰프들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서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모인 사람들이라 팀을 꾸리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희 주방은 불가리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한국인으로 이뤄져 있어요. 모두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서 단결하는 데 어렵지는 않아요. 다만 힘든 점은 셰프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거에요. 이건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 온종일 주방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일이 끝나면 다들 술을 마셔요. 물론 저도 함께 하죠. 그래서인지 더 돈독해지는 효과도 있어요.
사실 한국인들은 불가리아를 동유럽의 한 국가로만 알고 있지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불가리아의 음식과 문화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불가리아는 유럽에서 오른쪽 가장 맨 끝에 있어요. 서쪽으로는 유럽의 음식이 들어왔고 동쪽으로는 아시아의 오리엔탈 음식, 아래에서는 중동 음식이 들어왔죠. 각 나라의 문화 교차점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불가리아 음식에는 없는 게 없습니다. 참 재밌어요. 해산물부터 야생의 날것까지 다 먹어요. 종교적 이유로 365일 중 200일 정도는 고기를 먹지 않아서 채식 요리도 다양합니다. 길가에는 과일나무가 많아서 길 가다가 체리를 따 먹을 수도 있어요.
미카엘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한국의 음식 문화는 어떤 것 같나요?
거의 다 비슷하긴 하지만 요즘 들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디어를 너무 신경 쓰는 느낌이에요. 또 불가리아에는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셰프님들도 정말 많거든요. 한국은 남자 셰프밖에 없어서 좀 놀랐어요. 그래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불가리아는 한국과 같은 위도에 있고 사계절을 갖고 있어요. 산도 많죠. 그 덕분인지 몰라도 젤렌에 필요한 식자재를 구할 때 굉장히 편했어요.
한국은 레스토랑 로테이션도 굉장히 빠른 편이잖아요.
개인적으로 한국은 트렌드에 너무 민감해서 뭐든지 빨리 바뀌는 것 같아요. 재작년과 작년, 그리고 올해의 유행하는 아이템이 다 다르죠. 예를 들어 벌꿀 아이스크림이 유행이었다가 작년에는 허니 버터, 그리고 지금은 추로스가 인기예요. 젤렌은 정통 불가리아 음식점이라 2007년 이후로 메뉴를 바꾼 적이 없어요. 한국이라서 김치나 고추장을 넣고 퓨전을 시도하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절대 안 되죠. 진짜 불가리아 음식이 뭔지 보여주고 싶은 게 제 의도니까요.
한때 불가리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였잖아요. 한국에는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불가리아 와인 홍보를 한 번 해주세요.
예전보다 좀 더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소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 와인 시장이 크지 않아서 수입도 적은 편이죠.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의 입김이 쎈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동유럽에서 처음 와인이 시작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 홍보? 일단 마셔보세요. 다른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요. 불가리아 음식에 불가리아 음악과 불가리아 사람까지, 완벽한 불가리아 패키지죠. 나중에 손님들이 맛있다고 집으로 주문하시기도 해요. 자신 있어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닭으로 요리할 때 백전무패더라고요. 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닭과 미카엘’이 환상의 인연이라고 하는데, 닭을 요리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아, 그랬나요…? 몰랐어요! 생각해보니 한국 사람은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닭가슴살을 먹어요. 오일을 두르거나 굽지 않고 그냥 생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살을 빼려고 하죠. 너무 재미없게 먹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다 보니까 제 요리를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닭가슴살이 퍽퍽하긴 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방법이 많거든요.
식재료 중 치즈를 정말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먹을 때 가장 맛있나요?
치즈는 생으로! 빵에다 얹어 먹어요! 특히 페타 치즈를 제일 좋아합니다. 불가리아 화이트 치즈인데 좀 짠 편이라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날마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불가리아에서 바로 치즈를 수입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현재 한국에서는 치즈를 대량으로 구하기가 힘들어서 정말 조금씩 먹고 있어요. 이제 수입하게 되면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오랫동안 젤렌을 운영하면서 즐거운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불가리아 대통령이 직접 이곳을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한 달 전에 불가리아 대통령이 젤렌에 오셨어요. 그분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불가리아 대사관처럼 여겨지더라고요. 젤렌 덕분에 한국인들이 불가리아에 관해 많이 알아본다고 하셨어요. 그 날도 네 시간 반 동안 식사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옆에 앉아서 같이 먹자고 하셨죠. 공식적인 행사인데도 정말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겼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사실 이전에 불가리아 뉴스에서 젤렌이 소개된 적도 몇 번 있거든요. ‘한국에서 불가리아 음식을 알리는 형제들'로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 뿌듯해요.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젤렌, 앞으로 9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요?
9년 후? 잘 모르겠어요. 요즘 너무 바빠서 미래까지 생각하면 좀 피곤해요. (하하) 다만 이 주위에 레스토랑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이태원 골목에는 레스토랑보다 펍이나 바처럼 술집만 많아지고 있어요. 요리보다는 술과 안주가 나오는 곳이 많아요. 레스토랑이 계속 없어지는 추세라서 많이 걱정돼요. 하지만 우리 젤렌은 계속 여기 있을 거예요. I hope so!
이번 호 매거진 셰프 인터뷰에 나온 정창욱 셰프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둘이 많이 바쁘지만 즐거운 시간도 많이 가졌어요. He showed me his secret places.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바를 알려주면서 이곳에 맨날 있으니 보고 싶으면 오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술 먹자고 하면서요. 이런 걸 나한테 공유해줘서 참 고맙죠. He trusts me. He likes me so. 저번에는 제 가족들이랑 비스트로 차우기에 가서 식사도 했어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힘껏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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