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8
정 창 욱
Wednesday, May 27th, 2015
12 : 00 pm
운니동에 있는 비스트로 차우기가 1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어떤가?
내 식당에는 간판도 없고 주차장도 없다. 더군다나 처음 들어보는 동네에 있다. 노출을 피하려고 이런 곳에 왔는데 본의 아니게 방송으로 주목받고 있다. 득도 있고 실도 있는 것 같다.
재일교포로서 한국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왜 이곳에 오픈하게 되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어릴 때부터 요리가 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20대 초반에 서울에서 동시통역관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 만난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재일교포 4세이자 하와이 유학생이었다. 일본, 미국, 한국의 외식 문화를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각국의 외식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듣고 싶다.
하와이에 있을 때는 궁핍한 유학생이어서 외식 경험이 적은 편이다. 다 만들어 먹었다. 그래도 해외를 안 다녀 본 편은 아니니까. 일단 미국과 일본은 외식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솔직히 한국은 그에 비해 낙후된 편이다. 사람들의 태도나 인재풀이 얕다. 지금이야 내가 촬영도 하지만 예전에는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뭐라고 했다. 감개무량한데, 방송의 모습만 보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된다.
어떤 점이 우려되는지?
이러한 현상이 거품일 수 있다는 소리다. 현재 내 식당은 6월까지 만석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 요리를 즐기는 손님이 몇 명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노쇼도 매우 많고 주류 매출도 현저히 떨어졌다. 예약이 꽉 차서 기존의 단골들이 오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새로 유입된 손님과 단골의 간극이 느껴지는 건가?
새로 오신 분들이 예약해주는 건 당연히 좋지만 원래 내 음식을 즐기던 분들이 오시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 식당이 재동에 있을 때부터 찾아주시던 고마운 분들이니까. 물론 새로 오신 분들이 단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그분들도 챙겨야 하는데, 요즘 이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외식 문화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장사만 잘 되면 되니까. 그래도 예전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10년 전에 내가 36살이었으면 정말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만 내 식당에 왔을 것이다. 2005년만 해도 그런 손님이 많았고 내가 그중 한 명이었다. 이 음식이 왜 이 가격에 책정되는지 알고, 좋은 와인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지금 한국이 외식 문화의 시작점에 있다는데 잘 모르겠다. 적어도 요리사로서 오랫동안 접시를 닦아본 그런 사람들이 존경받아야 한다. 어디 요리 스쿨을 졸업했다고 유명해지고 이러는 건 솔직히 아닌 것 같다.
애주가인 것 같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술자리는?
샴페인을 정말 좋아한다. 친한 친구가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하는데 최근에 거기서 직원들이랑 회식을 했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평소에 친한 임기학 주방장님(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의 오너 셰프)이 오셨다. 원래 이런 데 끼는 분이 아니신데 그 날 와주셨다. 직원들에게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좋았다.
친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다. 일전에 최현석 셰프와 인터뷰를 했을 때 당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 방송이든 실제든 둘이 장난도 많이 치고 굉장히 친해 보인다.
자주 가는 요리사 모임이 있다. 거기서 내가 제일 막내인데, 최현석 주방장님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시고 또 선배이기 때문에 나를 많이 예뻐해 주신다. 내리사랑이다. (하하)
최현석 셰프는 술을 하지 않는 거로 안다. 애주가로서 친해지기 어려웠을 텐데?
맞다. 최현석 주방장님은 술을 한 잔도 드시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술자리는 기학이 형과 가진다. 그렇다고 술 때문에 기학이 형을 만나는 건 아니다. 어쨌든 난 최현석 주방장님과 굉장히 잘 맞는다. 정도 많고 후배를 굉장히 잘 챙겨주신다. 대신 나도 주방장님께 잘한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바쁘고 힘든 일인데, 그래도 동료끼리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사회생활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시간 내서 친구 만나기도 힘들다. 하지만 방송 덕분에 평소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매번 볼 수 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게 시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참 좋다.
솔직히 말하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진 중 인기가 가장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봤을 때 최현석 셰프 다음으로 많더라. 심지어 연예인 홍석천 씨보다 많았다. 인기를 실감하나?
내가? 아닐 텐데…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게 아닐까? 홍석천 형보다 많다니 믿을 수 없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인기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많이 알아봐 주시긴 한다. 내가 삭발도 하고 뚜껑 같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더 그런가 보다.
요즘 방송에서 셰프의 인기가 올라가는 만큼 팬들도 많이 생겼다. 팬들이 장난으로 하수, 중수, 고수, 무림 장인이라며 셰프들의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자신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난 하수다. 요리 실력이 뛰어나서 하는 게 아니라 직업일 뿐이다. 단 한 번도 밥장사임을 잊은 적이 없다. 맛있으면 된다. 대신 1, 2만원 짜리 밥이 아니라서 음악, 조도, 향기, 기온, 친절, 위생, 재료를 꼼꼼히 따지는 것뿐이다. 손님께서 무거운 발걸음을 하셨으니 그걸 만족시키려 한다. 하지만 좀 더 진정성 있게 하고 싶어서 방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매체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리하면서 꼭 지켜야 할 나만의 지침이 있나?
맛있으면 된다. 그리고 위생적이고 반복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단 요리를 하려면 식재료를 고르고 사입한 다음 반입한다. 그리고 그걸 보관해서 선조리 했다가 다시 보관하고, 후에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해서 음식이 나간다. 이것의 반복이다. 레시피는 구글링만 해도 기상천외한 게 많다. 하지만 그것을 메뉴에 넣고 가격을 책정해서 조리하는 행동의 반복이 요리사의 몫이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요리사의 모습은 무엇인가?
요즘에야 요리사라는 직업이 떴지만 이건 태곳적부터 있던 직업이다. 이 분야의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클래식한 직업이다. 그래서 내 밑의 요리사들을 포함해 이 직업을 가진 모두를 존경한다. 손을 수십 번, 수백 번씩 꿰매고 피가래를 토하며 일하기 때문이다.
비스트로 차우기가 어떤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는가?
맛있는 곳이면 된 거 아닌가? 그렇다고 너무 편안하기만 한 공간은 아니었으면 한다. 외식은 흥분의 경험이어서 어느 정도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재밌다. 그리고 10만 원씩 내는데 어떻게 편안할 수가 있나? 퇴근 후 포장마차에 가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곳에 오려고 부들부들 떨면서 오시지는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예산이 충분한 상태에서 오셨으면 좋겠다. 그저 방송에 나온다는 이유로 오셨다가 놀라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어쩐지 유감스럽다.
정창욱은 어떤 사람으로 남았으면 하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장사만 잘 되면 된다. 직장이니까. 직장을 위해서는 내 이미지도 좋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난 술도 잘 마시고 친구도 많고 잘 논다. 그래서 식당보다 내가 더 부각되는 건 좋지 않다. 밖에 손님들은 다 나에게 월급 주시는 분들이다. 저분들은 이게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고, 나는 그들이 계속 이곳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게 내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니까.
이번 호 매거진 푸드 피플 섹션에 미카엘이 참여했다. 동료로서 한 마디 부탁한다.
둘도 없는 착한 친구다. 저번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는 데 우연히 미카엘을 만났다.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더라. 택시 타는 곳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괜찮다면서 집까지 데려다줬다. 정말 고마웠다. 프로그램 때문에 알게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교류했으면 좋겠다. 저번에 미카엘 가족이 내 식당에 왔었는데 가족끼리 참 화목해 보였다. 앞으로 나도 그 자리에 끼고 싶다. 나랑 계속 잘 지냈으면 한다. 그나저나 최현석 주방장님은 나에게 이런 말 없었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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