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HOL / NO.8 막걸리
과거에서 미래를... 막걸리는 문화다.

요즘처럼 사회가 급진적으로 변하면 역사를 잊어버릴 때가 많다. 하지만 과거를 잊는 순간 미래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 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예부터 내려오던 맛을 버리고 새로운 맛만 추구하는 것이 과연 발전일까? 우리는 예전과 다른 맛의 술을 마시면서 과거의 맛은 모른 채 변질된 맛을 진짜로 알고 있다. 그중 유독 심각한 분야가 바로 막걸리이다. 언제부턴가 막걸리에 아스파탐, 사카린 등의 당분을 첨가하며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넣기 시작했다. 그 맛에 익숙해진 대중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전통 방식의 막걸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술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요리할 때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을 넣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업인 양조를 때려치우고 소를 키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그 인물 덕분에 우리는 지금 ‘송명섭 막걸리'라는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한국 최고의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포잉의 사업전략본부장 장윤갑씨 덕분에 일명 ‘송막’이라고 불리며 막걸리 마니아에게 큰 사랑을 받는 막걸리를 마셔보았다. 그리고 막걸리에 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기분 나쁜 당도가 전혀 없었고 두꺼운 바디감과 더불어 약간의 산미 및 다양한 향이 조화롭게 섞인 술이었다. 무엇보다 음식과 매칭하기 정말 좋았고, 약간 투박했지만 그래서 전통이 더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술이었다. 이후 언젠가는 꼭 한 번 송명섭 선생님을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6월 2일, 송명섭 선생님이 계시는 전북 정읍의 태인 양조장에서 그 명인을 만났다. 송명섭 명인을 소개하자면 무형 문화재 6-3호이며 농림수산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 명인 48호로 지정되신,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장인 중의 장인이시다. 더불어 증류주인 죽력고와 송명섭 막걸리를 만들고 계신다.

양조장에서부터 명인의 고집이 느껴졌다. 명인을 찾아간 이유는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였는데, 전통을 고수하는 분답게 한국 술의 역사와 과거에 관해 심도 있게 강의해 주셨다. 조선 시대를 지나 일제 강점기를 포함한 한국 근대사까지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셨고, 결과적으로 술 만드는 기술은 비밀이 아닌 문화 그 자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통과 역사를 이해하게 되니 한국 술과 조상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게 됐다. 더불어 한국 술과 관련된 교본이 있어서 역사 및 전통에 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 술과 풍류를 깊이 연구해야 하는 국가 산하 기관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이후 직접 양조장을 방문하여 명인의 막걸리 양조법을 견학했다. 굉장히 인상 깊은 점이 있었다. 다른 양조장은 어떤지 모르지만 송명섭 막걸리는 본인이 직접 농사지은 쌀 및 빚은 누룩으로 술을 만든다. 특히 누룩은 굉장히 훌륭했는데, 백국과 흙국이 섞여 아름답기까지 했다. 공장의 밀로 만든 누룩과는 모양부터 향까지 확연하게 달랐다. 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인가? 또한 송명섭 명인이 만든 막걸리에는 쌀 함량이 17.5%로 표기되어 있다. 명인은 이에 관해 한국 술과 외국 술의 형평성 문제를 말씀하셨다. 한국 정부에서는 맥아로만 만든 맥주를 맥아 100%로 표기하도록 하면서 쌀로만 만든 막걸리는 물을 제외한 함량을 표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맥주로 치자면 송명섭 막걸리는 쌀 100%로 빚은 술이었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한국 술 말살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일단 무형 문화재 전수자에게 단 10만 원의 월 보조금만 지원한다. 그래서 전수자를 키울 수 없다. 또한 외국 술에 적용하는 법과 다르게 한국 술에 불리한 법들이 너무 많다. 109개나 되는 검열과 이로 인한 영업 정지 등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 본인은 강력하게 이 부분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지키고 발전시켜서 다음 세대에도 아름다운 술 문화를 전수해야 할 것이다.

죽력고와 송명섭 막걸리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술이다. 끊임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해야 한다. 송명섭 명인의 집에는 전 세계의 모든 명주를 모아두는 셀러가 있다. 또한 상당히 많은 과학 장비를 보유하면서 다른 나라의 술도 꾸준히 연구하신다. 그러나 한 사람의 우직한 고집에만 우리 술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너무 무리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같다. 국가 정책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20년 안에 죽력고와 송막같은 술을 마실 수 없게 된다. 전수자 한 명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계승을 잇겠는가? 술과 풍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한마음으로 소리 내야 한다.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한 것들을 하나하나 바꾸면서 심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술들은 한순간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정확한 정책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최대한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은 양조장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다. 소비자가 좋은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어야 한다. 전통과 과거를 둘러보며 경외감을 느꼈지만, 현 실태를 바라보고 한숨만 쉬게 되었다. 미래에 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이상한 여행이었다. 기분이 참 찝찝하다. 그래서 나는 또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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