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EDIENT / NO.7 도다리
THE PURSUIT OF FLOUNDER
도다리를 찾아서

음식을 먹을 때 어느 정도 알고 먹으면 그 맛을 훨씬 잘 느낄 수 있고 더 맛있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잘 알지 못해서 속고 먹거나 혹은 속았는지 속지 않았는지도 모른 채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가 가장 찜찜하다. 어느덧 봄이 왔고 언론에서 그렇게 맛있다고 떠드는 봄 도다리를 먹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다. 그곳에서 자연산이라고 하는 1kg짜리 도다리를 약 3만 5천 원에 사서 맛보았다. 회의 식감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름기와 감칠맛이 부족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맛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도다리야말로 우리가 속았는지 속지 않았는지 모르고 먹는, 정확한 정보 없이 모든 사람의 주장이 다른 식재료였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도다리를 먹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입질의 추억' 운영자 김지민 님

먼저 자주 들르는 블로그이자 한국 최고의 어류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입질의 추억’ 블로그를 토대로 리서치했다. 하지만 블로그만으로는 모든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워서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지민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후 내 나름의 주관적인 의견을 정리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두 번, 통영에 한 번 방문했다.

왼쪽 위부터 담배쟁이, 문치가자미, 왼쪽 아래부터 강도다리, 돌가자미

도다리라 불리는 생선은 크게 네 종류이다. 강도다리, 돌가자미, 문치가자미 그리고 담배쟁이이다. 그중 정식 명칭인 ‘도다리’에 속하는 것은 담배쟁이이다. 또한 도다리가 봄에 유명해진 이유는 봄 쑥과 함께 끓여 먹는 도다리쑥국 때문인데, 이때 사용하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이다. 문치가자미는 도다리 산지인 남해에서 참도다리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흑백 논리로 ‘이게 진짜고 저게 가짜다.'라고 정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먹거리 X파일>에서는 담배쟁이를 진짜 도다리로 규정했지만, 엄연히 따지면 문치가자미도 도다리로 보는 것이 맞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따지는 게 아니라 봄에 도다리가 맛있다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다. 그래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에서 최대 규모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도다리를 시식해 보았다. 하지만 진짜 도다리인 문치가자미와 담배쟁이는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먹은 도다리는 사실 제대로 따지면 진짜 도다리가 아닌데 하나는 양식 강도다리였고 다른 하나는 자연산 돌가자미였다. 하지만 자연산으로 불리는 돌가자미는 중국에서 대량으로 양식되는 생선으로서, 1kg 미만을 자연산이라고 말하는 상인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상인들 대부분이 강도다리는 양식인 것을 밝히면서 판매하는 데 반해 돌가자미를 자연산 도다리로 팔고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하다.

통영 중앙 시장

서울에서 도다리를 찾을 수 없으니 어쩌겠나? 원산지로 가야지. 다행히 지인 중에 통영 출신 한 분이 계셔서 그분을 통해 담배쟁이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고, 이틀 후 담배쟁이 네 마리를 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당일 오후 8시에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담배쟁이와 문치가자미를 비교하기 위해 통영 중앙시장을 방문했고, 한 할머님으로부터 크기와 선도가 좋아 보이는 문치가자미를 단돈 1만 원에 활어로 구입했다. 그리고 담배쟁이를 보관하고 있는 경상남도 수산자원 연구소로 찾아갔다.

왼쪽부터 담배쟁이, 문치가자미

일단 외모만 비교하면 담배쟁이 도다리는 정말 아름답고 예쁘다. 하지만 문치가자미는 촉감이 혐오스럽고 생긴 것도 못생겼다. ‘이렇게 못생겼으니 쑥국에 넣어 먹겠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두 생선 모두 마름모 형태에 오른쪽으로 눈이 몰려있었지만, 담배쟁이는 일관적인 표범 무늬인데 반해 문치가자미는 일관되지 않은 얼룩무늬를 보였다. 색상 또한 차이를 보였다. 보호색에 따라 여러 색상을 보이는 담배쟁이와는 다르게 문치가자미는 톤이 굉장히 진했다.

외형만으로 생선을 비교하면 뭐하겠나? 맛을 봐야지. 우리는 통영의 횟집 중 내공이 있어 보이는 곳으로 생선을 가져갔다. 그리고 사장님께 양해를 구해 시식을 준비했다. 담배쟁이 도다리를 꺼내자 횟집 사장님이 이시가리를 가져왔느냐면서 이 비싼 생선을 어떻게 구했느냐고 하셨다. 이시가리의 정식 명칭은 줄가자미로 담배쟁이와는 완전 다른 생선인데, 통영에서 2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마저 잘못된 정보로 알고 계시니 서울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제대로 된 도다리를 알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담배쟁이 회, 문치가자미 회

큰 기대감 속에 눈앞으로 회가 준비되었다. 아름답고 투명한 백색 회가 ‘나 맛있어!’라고 소리치는 느낌이었다. 일단 담배쟁이 한점을 입에 넣었다. 음?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감칠맛은 좋았지만 기름기와 쫄깃함이 없어서 맛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치가자미는 감칠맛도 없고 기름기도 부족했지만 의외로 식감이 쫀득했다. 개인적으로 문치가자미가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말 맛있는 회를 먹는 느낌은 아니었다. 실망감을 안고 촬영을 마무리했다.

이번 프로젝트 동안 노량진과 통영을 방문하며 총 네 가지 생선을 맛보았다. 그리고 차라리 광어로 회를 먹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도다리가 봄에 유명해진 이유는 도다리쑥국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제철을 맞아 향이 기막힌 봄 쑥이 주인공이지, 도다리 그 자체는 국물을 내기 위한 부재료일 뿐이다. 봄에 산란기인 도다리는 가장 기름기가 적고 살이 적은 때이다. 즉 도다리는 봄에 제철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맛없는 시기를 제철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먹은 담배쟁이는 고급 회가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갖췄지만 제철에 먹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도다리로 불리는 나머지 생선들은 회로 먹지 말고 쑥국과 비슷한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 도다리는 봄에 제철이 아니다. 또한 어떤 생선이 진짜 도다리인지도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 어류도감은 지역 방언을 모두 무시한 채 일본 명칭을 그대로 가져와 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 국가라서 어류 자원이 풍부한 수산 선진국이다. 하지만 국가 수산업 시스템의 허술함과 잘못된 언론플레이, 그리고 상인들의 상술로 인해 우리의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또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산란기인 봄에 계속 도다리를 잡게 된다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진짜 도다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도다리 같은 희생양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수산업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어류도감에 정식 명칭을 표기해야 한다. 언론도 이슈 만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소비자를 속이려는 상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도다리를 찾았고, 먹었다. 또한 도다리 덕분에 현실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한국 수산 관련 시스템의 문제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부분들은 꼭 개선되어야 함을 확신한다.

Thank You 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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