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PEOPLE / NO.4
요리 연구가 홍신애
요즘 TV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 요리 연구가 홍신애를 만났다.
자타공인 누구보다 먹는 거로는 밀리지 않는다며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두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쌓인 내공과 TV 속의 당찬 모습으로 무장해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한국의 식문화를 걱정하는 한 연구가가 있었고
진정으로 한식을 사랑하는 한 가정의 어머니가 있었다.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요리 연구가 홍신애라고 합니다. 한식 전문점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요. 건강한 음식, 그리고 맛있고 효율적으로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제 직업입니다. 잘 먹고요. 먹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자타공인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수요미식회>가 처음 시작 할 때 뉴스 타이틀에 ‘난 좀 먹어본 여자’라고 쓰신 기자분이 있으셨어요. <수요미식회>에서도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제가 나이에 비해 먹어 본 거로는 밀리지 않더라고요. 엊그제도 녹화하면서 신동엽 씨가 저 여자는 어디서 뭘 먹고 다녔길래 저렇게까지 아느냐고 하셨는데, 진짜 뭘 많이 먹어보긴 한 것 같아요. 저도 놀라워요.
요즘 <수요미식회>를 포함해 방송에서 많이 뵙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게에서 뵙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선생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가게에 나갔는데, 요즘은 외부적인 일이 많아져서 여의치가 않아요. 그래도 토요일 하루는 꼭 나오려고 노력해요. 요리한 지 11년이 넘었고 가게를 운영한 지도 꽤 됐으니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죠. 그래도 손님들을 직접 케어하는 시간이 줄어서 아쉽습니다. 어떤 손님들이 오가시는지, 어떤 메뉴에 리액션을 하는지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선생님은 뉴욕에 10년 동안 있으시면서 교포 사회의 입소문을 타 지금에 이르렀다고 들었습니다. 교포 사회는 음식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 마련인데, 그곳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일까요?
뉴욕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어요. 제가 먹고 싶으니까 제가 만들어 먹어야죠? 그런데 외국이다 보니 식재료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더 깊이 요리공부를 했어요. 또 제가 대식가라서 늘 다양하게 요리했었고, 주변 분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었죠. 그분들이 맛있다고 하면서 레시피를 공유하게 됐고 그때부터 요리 연구가로서 사는 삶이 시작됐어요. 정확한 레시피로 요리까지 잘하는 젊은 새댁으로 알려지게 된 거죠. (하하)
벌써 11권의 레시피 책을 내셨잖아요. 선생님의 레시피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제가 요리를 배우던 적에,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면 선생님들은 이미 다 아신다는 거에요. 본인들은 잘 아시니까 이만큼 이렇게 넣으면 된다고 쉽게 말하면서 다 만드시죠. 그런데 저는 몰라서 배우러 간 입장이라, 모르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레시피는 요리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따라 해도 정말 이상하지 않을 요리가 나오도록 정확히 만들었습니다. 그게 책을 낸 이유이기도 했고요. 보기 편하면서도 간단한 레시피에요.
요리 연구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신데, 맛있는 요리를 먹기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드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스타일링은 주제를 잘 파악해야 해요. 어떤 걸 나타내고 싶은지가 제일 중요하죠. 비주얼적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합니다. 맛있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왜 맛있는지 전달하는 것도 스타일링이죠. 예를 들어 연어 캔을 구매하게 하려고 연어 캔으로 만든 요리를 보여준다면, 연어 캔이 가진 모든 긍정적인 요소를 한 접시에 담아야 해요. 기획 의도부터 레시피 개발, 접시 색깔, 재료들과의 조합, 조명 등 모든 것이 다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니 굉장히 복잡하네요! (하하)
한식 전문점인 ‘쌀가게 by 홍신애’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특이하게 매달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이벤트나 축제처럼 뭘 벌이는 걸 좋아해요. 제 취향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는 자리에서 여러 가지 행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넣고 싶었거든요. 밥만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밥을 먹으면서 쌀에 대해 공부하고, 도정도 경험하고, 그릇이나 반찬을 산다든지 하는 것처럼요. 음식에 관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쌀가게 by 홍신애’가 어떤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나요?
제 바람은 시대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엄마들이 집에서 요리할 수 없고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죠. 그래서 쌀가게를 통해 엄마의 밥을 생각나게 하고 싶어요. 우리 가게에는 20-30대 여성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많이 오시는데, 당신들이 먹고 자란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요리를 해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제가 어머니, 할머니께 해드리는 것처럼 밥 한 끼 대접하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인정받는 느낌이거든요. 음식에서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거죠.
이외에도 ‘쏠트(Salt)’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으시잖아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다른 퀴진에 비해 매우 많습니다.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이곳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이탈리아 재료가 아닌 한국의 식재료로 만드는 레스토랑이에요. 여기가 이탈리아면 이탈리아 식재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겠지만, 여기는 한국이니 우리 재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딱 맞는 이탈리안 요리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철인 남해 멸치로 직접 엔초비를 만들거나 우리나라 유기농 쌀을 오분도미하고 도정해서 리조또를 만들어요.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오신 손님이 이곳의 음식을 드시고 감동했다고 하셔서 참 뿌듯했어요.
한국 식재료를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한식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한식의 핵심인 쌀과 밥,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제철 재료의 본연의 맛과 발효 음식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라고 생각해요. 쌀은 정말 대단한 식재료에요. 보통 탄수화물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어요. 사계절이 뚜렷해서 생긴 저장식품과 발효식품이 주는 깊은 맛도 일품이죠.
최근에 <수요미식회>의 또 다른 패널인 황교익 교수님께서 20대가 짜빠구리처럼 인스턴트 및 괴식에 빠져있다는 담론을 펼치셨습니다. 구조적인 원인이라며 아쉽다는 결론을 내리셨는데, 선생님께서도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음식을 먹게 된 이유는 집에서 더 이상 요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황교익 교수님을 포함해 어르신들은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자랐지만 다른 세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리가 처음에 어디서 나왔는지 물으면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처음 태어나서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먹진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젠 엄마의 모유가 아닌 소젖을 먹을 확률이 커진 거죠. 정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거에요. 사람이 사람의 음식을 먹지 않고, 기본적으로 요리하지 않는 시대가 온 거죠.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수요미식회>에서 유독 홍신애 선생님과 황교익 교수님이 설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견 차이가 크게 나는 편인가요?
전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이런 음식을 만든다는 걸 이야기하는 요리 연구가이고 황교익 교수님은 모든 것을 아울러서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정리하시는 분이세요. 교수님 입장에서는 그 음식에 대한 가치, 본인의 경험에 따른 무언가를 끌어내고 싶으신 거고 저는 요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근본에 대해 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겁니다.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죠. 사실 방송에서 나오는 것보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더 많이 싸워요. (하하) 편집으로 1/10만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지만 전 예전처럼 똑같이 황교익 교수님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홍신애닷컴이 10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곳은 대표님의 추억과 역사가 담긴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기사에서 한국 가정이 평균 일주일에 3.7시간으로 가장 짧게 요리한다고 해요.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자기 건강은 챙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 자기 눈으로 재료를 보고 양념을 만들어서 요리하는 것만큼 건강한 음식은 없거든요. 저는 요리를 많이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게 바로 건강한 가정을 의미하니까요. 제가 홍신애닷컴을 포함해 TV나 여러 매체에서 쉬운 요리법을 공유하고, 그것으로 인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요리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의 궁극적인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삶의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그중에서 먹는 게 제일 중요하죠. 먹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를 만들어서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잖아요. 즉,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만들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져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물론 ‘함께'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지금 하는 레스토랑 운영, 요리 교육, 컨설팅 등의 요리 연구가 활동도 더 열심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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