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HOL / NO.7 전통주
한국 술의 미래를 찾아서...

한국 술의 유래를 되짚다 보면 삼한시대 자료에서 그 최초의 문헌을 찾을 수 있다. ‘제왕운기’ 동명왕 편과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대무신왕 11년 편에 나오는 지주(맛 좋은 술)라는 단어를 통해 예부터 우리 선조들이 맛 좋은 술을 즐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술은 기본적으로 누룩을 발효시켜 만들었다. 동양의 술 대부분이 그랬는데 이는 서양의 술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옛 자료를 보면 한국의 술들은 송나라 등에 알려져 문인들에게 찬사를 받는 대상이었다. 선조들이 빚었던 ‘고려주', ‘신라주', ‘천일주' 등도 선진 외국인 양반들에게 찬사의 대상이었는데, 자국민들도 이 지주를 찾아 마셨을 정도로 당시의 한국 술은 동시대의 외국 술들과 비교해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는 ‘지주’ 대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소주를 찾아 마시는 문화가 생겼고, 한국의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맥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한국의 술 문화가 깊은 암흑기를 거치는가 싶더니 이제 슬슬 전통주, 막걸리, 크래프트 맥주 등 여러 분야에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점점 많은 사람이 소주 대신 한국 전통주를 찾아 마시고, 공장에서 생산된 막걸리 대신 아스파탐이나 기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또한 대단한 분들이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술을 빚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인가? 약 3년 전부터 이러한 무브먼트들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작게나마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 아름다운 변화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한국의 술들이 세계적인 술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 왼쪽부터 이승훈, 임선영, 이원걸, 이종기, 문선희, 이승용

한국 전통주와 관련된 최고의 권위자분들이 이 작은 모임에 동참해 주셨다. 먼저 농식품부 지정 전통주 교육기관 사무국장 겸 청강문화산업대학 겸임교수이신 문선희 교수님, 한국 최고의 막걸리 마니아 겸 전통주 관련 월간지 창간을 준비 중이신 이승훈 선생님, 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86-가호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7호인 문배술의 전수자 겸 대표이신 이승용 대표님, 한국 술 박물관 관장 겸 오미로제 와이너리 대표이며 영남대학교 양조학 교수로 재직 중이신 이종기 대표님,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푸드 칼럼니스트 임선영 선생님과 함께 최근 경리단길에서 가장 핫한 전통주 주점이라는 안씨 막걸리에서 오후 4시부터 낮술 대담 형식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한국 술의 미래’라는 큰 주제 아래 현재 한국 술의 문제점과 방향성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아름다운 술들도 함께 했다. 일단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한국 술의 문제점들이 상당히 많았다.

[현재 한국 술의 문제점]
  1. 양조하는 데 규제가 너무 많다.
  2.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값싼 소주는 이제 너무 대중화되었다.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3. 주세(酒稅) 정책의 구조가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바뀌어야 한다.
  4.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 품질만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5. 어떤 산업이든 중개 산업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주류 산업에서는 중개 산업이 너무 적다.
  6. 전통주만 다루는 국가 기관이 생겨야 한다.
  7. 소주 및 맥주 유통만 발달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유통 구조가 필요하다.
  8. 올드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9. 식당이나 주점에도 납품되어야 하는데 산업 자체가 명절 마케팅 등에 치중되어 있다.
  10. 국가에서 농산품을 소비하는 쪽으로만 주류 산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쪽에만 정책 및 지원 사업을 보조하고 있다. 예로 쌀을 원료로 하는 술에만 지원금을 주며 수수나 조 등을 사용하는 술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11. MB 정부 때 국가미 공급 정책으로 대통령이 막걸리를 크게 선전하면서 막걸리 일변도로 정책이 옮겨졌다. 이는 큰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분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며 한국 술 산업의 문제를 여실히 파악해 보았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우리는 주제를 바꾸어 한국 술의 방향성 및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 술의 방향성 및 미래]
  1. 현재 많은 사람이 국산 맥주 대신 품질이 더욱 우수한 외국 맥주를 마시는 형태로 바뀌었고, 소주 역시 5년 안에 이러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 시기가 오면 한국 전통주는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를 맞을 것이다.
  2. 최근에 사람들의 관심이 외국 여행에서 국내 여행으로, 외국 음식에서 한식으로 옮겨졌다. 술에 관한 관심도 외국 술에서 한국 술로 바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가장 많이 준비해야 하는 폭풍전야이다.
  3. 과거에 비해 어마어마한 발전이 있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으면 또다시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다.
  4. 토닉과 함께 섞어 먹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주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술들의 경쟁력이 올라가며 화요가 이미 이를 증명했다고 본다.
  5. 유통 구조가 개선되어 앞으로는 레스토랑 및 바, 주점에서 전통주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마트 위주의 판매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전통주와 외국 음식의 페어링을 맞추는 문화도 생겨야 할 것이다.
  6. 외국에서 한국 술을 인정받아 전반적인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7. 예전에는 취하는 도구로서 술을 마셨다면 이제는 맛을 보고 음미하면서 술을 마시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래서 맛있는 고품질의 술을 생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8. 저가와 고가로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제품 생산 및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가의 제품들로 한국 술의 이미지를 올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9. 한국 술은 누룩으로 발효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아직 누룩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처럼 누룩에 관한 확실한 연구 및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10. 잔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와인 및 위스키 잔처럼 어떤 형태의 잔이 한국 술에 가장 적합한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맛있게 술을 마실 수 있다.
  11.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아시아의 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의 입맛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술이 만들어져야 한다.
  12. 합리적이면서도 사람들이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

이상 한국 술의 방향성 및 미래에 대한 의견들이었다.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나아졌으며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많은 노력과 연구가 지원되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정부 지원 덕분에 전통주 업계에 큰 기회가 한 번 왔었다. 그러나 품질을 포함한 여러 방면의 준비 부족 때문에 결국 고객들에게 외면받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기회가 찾아오려 한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언제 그 기회가 다시 올지 장담할 수 없다. 외국 술과 경쟁했을 때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품질과 가격대를 구성해야만 한다. 그래야 주류 시장에서 소주 대신 문배술같은 전통주를 찾는 시기로 발전할 것이다.

한국 술의 미래를 찾기 위해 많은 술을 마셨다. 마시고 또 마셨다. 약 세 달간 50종이 넘는 한국 전통주를 마셨고 몇몇 양조장도 방문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마다 한국 술의 미래가 점점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본인이 한국 술을 마시고서 비싸고 맛없었으면 자선 사업가가 아닌 이상 굳이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한국 술을 마셔보게 되었고 그 맛에 감동했다. 또한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라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면서 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술, 정말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리고 솔직히 맛있다. 그러나 와인과 비교했을 때 와인보다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므로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일본의 준마이 다이긴조 같은 술이 빨리 생겨야 한다. 그래야 한국 술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질 것 같다. 의문점 투성이었던 전통주의 미래를 찾아보기 위해 많은 분과 이야기해보니 조금은 해결된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미래까지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술을 마신다.

연관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