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EDIENT / NO.6 봄나물
OF, BY, FOR
SPRING GREENS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

- 윤동주, [봄], (1942)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이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작품으로 글을 열어보았다. 이 시가 봄의 싱그러움만을 표현하기 위해 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작품 속 ‘봄'이라는 글자만 봐도 괜스레 설렌다. 그리고 얼어버린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다짐했던 우리 앞에,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봄나물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혜안이 있었으니 겨울 정령을 머금은 봄나물은 명약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 선조들을 받들어, 에디터가 1년 내내 너무나도 많은 음식에 지친 독자들의 입맛을 살리기 위해 네 가지 봄나물을 엄선해보았다.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적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알 수 있을뿐더러 일단 이 시기의 봄나물은 무쳐 먹든, 튀겨 먹든, 장에 담가 뭐든,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까.

1. 두릅

두릅은 산채의 왕으로 불리는 귀한 봄나물이다. 특유의 쌉쌀함과 그윽한 향 덕분에 저만의 풍미가 있다. 우리가 시중에서 보는 두릅은 대부분 온실재배 혹은 땅에서 자란 땅두릅인데, 실제로는 나무에서 자란 자연산 산두릅을 훨씬 좋은 것으로 친다. 땅두릅보다 가시가 많고 식감도 억세서 손질하기 힘들지만, 맛과 향이 더욱 강해서이다. 도도한 만큼 가격도 더 비싸지만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이 졸린 사람에게 두릅만 한 것이 없다. 춘곤증에 대한 면역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양보하고 아침저녁으로 두릅 반찬을 먹자!

2. 명이나물

소고기값보다 비싸다는 명이나물은 고급 한식집에서 가끔 밑반찬으로도 나온다. 그만큼 프리미엄 나물에 속하는데 본 명칭은 따로 있다. 마늘 향이 나서 산마늘이다. 하지만 옛 보릿고개 시절, 겨울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조상들이 산에서 명이나물을 캐 먹으며 명줄을 이었다고 해서 ‘명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속설만 들으면 여기저기서 쉽게 명이나물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재배 방법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봄나물 수요가 많은 이때 더 귀하다. 그렇다고 명이나물을 먹는 시기를 늦추진 말자. 5월 이후에 나온 명이나물은 독성이 강하고 더 억세서 지금 먹는 게 훨씬 낫다.

3. 방풍나물

풍을 예방하는데 탁월하다고 해서 방풍나물로 불리는 이 나물은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미 명품 나물로 인정받고 있다. 맛과 향도 일품이지만 그 자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잎과 줄기는 데쳐 먹을 수 있고 열매는 술로 담가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나물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황사와 미세 먼지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이때, 방풍나물은 몸에 쌓인 중금속과 먼지를 배출해준다. 기관지까지 맑게 해준다고 하니 마스크를 쓰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방풍나물로 해독하자.

4. 가죽나물
* 촬영 당시 시중에 가죽나물이 나오기 전이라 부득이하게 다른 나물로 대체하였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름이 생소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비싼 나물이다. 하지만 가죽나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다소 불명예스럽다. 원래 가죽나물은 ‘참죽’이라는 산나물의 새순이다. 참죽은 산속의 스님들이 즐겨 먹었는데, 이 새순 부분은 참죽보다 맛과 향이 덜하다고 하여 ‘가짜중나물'이라는 의미로 가죽나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가죽나물에 중독되면 이것만 찾는다고 한다. 이 나물을 찬양하는 한 지인에 따르면, 나물을 손질할 때 하나둘씩 먹다 보니 그 자리에 반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나물의 맛과는 다르다고 하니, 가죽나물로 봄 식탁을 꾸며보자.

금수강산 자랑하는 한국의 사계절 중, 계절과 나물이 합하여 하나의 단어로 된 것은 봄나물만이 유일할 것이다. 여름 나물, 가을 나물, 겨울 나물? 어색하다. 손질도 쉽고 영양도 만점인 봄나물만큼 계절감을 잘 나타내는 식자재가 있을까? 싱싱하고 맛있는 걸 사랑하는 우리에게 봄나물처럼 제철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식자재는 언제나 고마울 것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나니, 우리 앞에 온전한 봄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끝으로 제철 봄나물을 먹으며 사계절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

연관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