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6
진 경 수
Thursday, March 26th, 2015
03 : 30 pm
셰프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라 싸브어, 그러니까 과거 르 쁘엥의 오너 셰프인 진경수 셰프입니다. 경력은 20년 정도 됐습니다. 이제는 프렌치를 하는 셰프라기 보다는 진경수의 음식을 하는 셰프라고 불리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꼭 '프렌치이다', '이탈리안이다', '한식이다'를 고집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재료와 테크닉을 통해 저만의 스타일로 풀어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셰프님의 추구하는 요리 스타일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제 스타일은 자연주의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지향하죠. 최소한의 재료와 최소한의 테크닉을 이용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제 스타일이죠. 궁극적인 지향점은 입이 즐거운 음식보다 몸이 즐거운 음식이에요. 그리고 몸이 건강해지는 음식입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음식을 하고 싶어요.
셰프님은 제주도 출신이십니다. 섬 지방 출신이라서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시는 건가요?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먹었던 제주도의 다양한 음식에서 나름의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의 학습 효과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유년시절에 제가 제주도에 있었을 때만 해도 재료 하나는 정말 좋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 재료들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는데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었죠. 지금은 없어서 못 먹어요.
지금까지 여러 요리를 하면서 꼭 사용하고 싶었는데 사용하지 못한 재료가 있나요?
많죠.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마음 놓고 썼던 재료들을 한국에서 못 쓰는 게 정말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트러플이나 푸아그라, 캐비어처럼 신선도가 정말 중요한 음식들은 거의 못 들여오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라 싸브어를 운영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셰프님에게 라 싸브어란?
라 싸브어 레스토랑은 프랑스에서 프렌치를 배운 진경수 셰프의 요리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을 이전한 지는 6개월 정도 됐는데, 음식이나 인테리어를 포함해서 그전에는 70, 80년대 스타일의 프렌치 레스토랑을 따라 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라 싸브어는 자연이 아름다운 레스토랑입니다.
르 쁘엥 레스토랑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르 쁘엥은 간단해요. 국적 불문, 재료 불문, 말 그대로 다양하면서도 라이트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꼭 양식만 나오는 건 아니에요. 한식이 나올 수도 있어요. 제주도 음식이나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한계가 없죠.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듭니다. 누구든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어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에요.
오너 셰프로서 10년 이상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열정을 잃지 않고 이 일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간단합니다. 나 스스로 질문을 던져요. “만약에 내가 라 싸브어를 운영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을 때 행복한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이요. 그럼 정답이 없어요. 정답은 항상 라 싸브어에요. 그게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여전히 주방에 가면 즐겁고 손님이 저의 음식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라 싸브어 오픈 초창기만 해도 스스로 많은 질문을 했는데 요새는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이미 그런 질문을 던질 나이도 지났고, 지금은 다음 달에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할까 고민하는 게 더 많으니까요. (하하)
한국에서 10년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프랑스에서의 30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레스토랑 경영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국은 대기업이 하는 체인 레스토랑이나 오너 셰프의 레스토랑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오너 셰프가 아닌 레스토랑은 점점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아요. 레스토랑 사업은 이익만 좇아도 힘들고 음식만 좇아도 힘들어요. 처음에 오너 셰프의 레스토랑이 가장 힘든 점은 이익보다 음식을 우선으로 하다가 경영에 대해 깨우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요리 철학 없이 경영만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죠. 제 경우도 초창기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어떤 사명감이나 정신적인 행복감,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좇는다는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단순히 이익만을 좇아서는 절대 레스토랑 경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20년은 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오래되고 제대로 된 프렌치 레스토랑이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라 싸브어를 처음 오픈하셨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외식 문화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요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이젠 재료가 없어서 음식을 못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어요. 한국의 좋은 재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제가 요리 스타일의 방향을 바꾼 이유 중 하나가 프랑스에 있는 재료들을 쓰지 못하면 한국에 있는 훌륭한 재료로 프렌치 음식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죠.
만약 셰프님께서 내일 당장 죽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음식이 먹고 싶으신가요?
한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입니다. 그리고 캐비어를 아주 좋아해요. 캐비어에 샴페인도 한잔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프레스 푸아그라도요. 고기 중에서는 오리 가슴살을 좋아해서 그걸 먹고 싶네요. 마지막으로는 어머니가 끓여준 매운탕?! (하하)
먹는 것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정말 먹는 걸 무척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요리에 미쳐있는 사람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셰프라는 직업은 굉장히 힘든 직업이 될 거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셰프는 많이 먹지 못합니다. 일단 다른 곳에 가서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어요. 레스토랑에서 제가 한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남이 해준 게 더 좋아요. (하하)
포잉과 함께 4월 포잉 고메 스페셜을 진행하게 되셨습니다. 메뉴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포잉 고메 스페셜의 컨셉은 ‘봄’입니다. 봄철에 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두릅, 늙은 호박, 식용 꽃, 호박 고구마 등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봄의 컨셉을 맞추려고 유도했습니다.
이번 포잉 고메 스페셜을 방문하실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봄을 맞이해 저녁 하루 정도는 라 싸브어에서 이 메뉴를 즐기셨으면 합니다. 서울 도심에서 봄의 정서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식 문화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분명히 발전할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외식 문화는 역사적인 배경과 국민 소득에 많이 연관된 것 같습니다. 소득이 좀 더 높아지면 외식 문화 역시 자연적으로 발달할 거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식 문화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포잉이 좀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외식 시장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LA SAVEUR
90-10, Banpo-dong, Seocho-gu, Seoul
Tel.02-591-6713
founded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