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EDIENT / NO.5 TRUFFLE
땅속의 다이아몬드, 트러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누구나 인정하는 미식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트러플에 관해 들어봤을 것이다. ‘땅속의 다이아몬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음식'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트러플은 푸아그라,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음식에 꼽히며 그중에서도 가장 진귀하고 값비싼 식자재이다. 깊은 흙 내음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고 향긋한 맛의 트러플은 사실 버섯 종류 중 하나인데, 과학적으로 100여 가지의 향이 존재한다고 밝혀질 만큼 신비로운 음식이다. 각설하고 이번 달에 트러플을 다루는 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세계 미식가들의 선망인 이 음식이 100년을 통틀어 이번 해에 물가 대비 가장 싼 값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지만, 어쨌든 좋은 음식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 블랙 트러플, (아래) 화이트 트러플
TYPES OF TRUFFLE.

언뜻 보면 길가에 채는 돌처럼 생긴 이 트러플은 색깔에 따라 블랙 트러플과 화이트 트러플로 나뉜다. 보통 블랙 트러플보다 화이트 트러플을 훨씬 높게 치는데 가격도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차이 난다. 같은 버섯인데 왜 이렇게 가격이 다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화이트 트러플의 맛과 향이 블랙 트러플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고 진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트러플은 그 향이 반경 5m까지도 전해질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화이트 트러플을 갖고 대중교통 타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사실 한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트러플을 쉽게 맛보기 힘들다. 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중국 등지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이 이번 해에 서유럽 쪽으로 여행 갈 계획이 있다면, 이왕 떠나는 거 최상급의 트러플을 맛보라고 하고 싶다. 블랙 트러플은 프랑스의 페리고르(Perigord),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 알바(Alba) 지역의 것이 가장 유명하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미식 탐방을 할 기회이다.

$$$$$$$ vs TRUFFLE

트러플은 정말 비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로 비싸다. 재작년 겨울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트러플 경매 현장으로 가보자. 당시 홍콩의 한 익명 작가가 950g의 최상급 화이트 트러플을 90,000유로에 사 갔다. 우리 돈으로 1억이 넘는 가격이다. 사실 블랙 트러플만 해도 상태에 따라 100g에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트러플은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후각이 뛰어난 개나 돼지로만 찾을 수 있다. 또한 트러플 헌터들은 자신의 채집 포인트를 숨기기 위해 밤에만 활동한다. 이로 인해 트러플 마켓은 이상할 정도로 비밀스러워서 항간에는 마피아가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다. 지난 12년간 가격만 10배 이상 뛰었으니 언제 가격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2015년에는 기후의 신이 도와준 덕분에 생산량이 30% 늘고 가격은 내려갔다. 예를 들어 100g에 60만 원이던 화이트 트러플이 올해에는 25만 원인 셈이니,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온다.

HOW TO EAT TRUFFLE.

트러플은 그 자체로 메인요리가 될 순 없지만 극소수의 양으로도 음식 전체의 맛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만큼 풍미가 뛰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신선한 상태에서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는 것이 최선이다. 이때 트러플의 종류에 따라 먹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블랙 트러플은 원래 소스로 만들어서 ‘향’을 음미하는 식자재이므로 빠테나 리조또에 넣어 먹으면 좋다. 이에 반해 화이트 트러플은 ‘맛’을 음미하는 식자재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날것으로 먹어야 한다. 보통 샐러드나 파스타에 갈아 먹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계란 후라이 위에 갈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세상에서 가장 싼 재료와 가장 비싼 재료의 조합이 아이러니할 수 있어도 최대한 단순한 음식과 먹어야 화이트 트러플의 풍미가 산다. 그래서 본인은 확신할 수 있다. 계란 후라이와 화이트 트러플의 조합이 당신에게 천국의 맛을 선사할 것을!

TRUFFLE...

최근 우리나라 전라남도에서 트러플을 인공 배양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생산까지 이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인공보다는 자연의 것이 더 좋은 법. 그 맛과 향이 자연적으로 채취한 것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본인이 전하고 싶은 말은, 진짜배기 자연산 트러플이 100년 만에 가장 값쌀 때 먹어보라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은 먹고 죽을 음식재료이다. 이번 해가 지나면 로또 1등을 연속 두 번 맞을 확률이 아닌 이상 다시 트러플 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다. 먹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을 때 기회를 잡아보자. 쇼윈도 너머의 흔한 다이아몬드보다 땅속에서 자란 다이아몬드를 걸치는 게 더 짜릿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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