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PEOPLE / NO.2
이송희, 박근호의 cielSsong Company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4일, 노란색 외관을 자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 씨엘’을 방문했다. 도산공원을 지킨 지 어느덧 10년이 된 그곳에서, 그랑 씨엘 대표이자 부부 오너인 이송희, 박근호 대표를 만났다. ‘인 뉴욕’, ‘마이 쏭’, 그리고 자체적인 식자재 브랜드를 보유한 ‘마이 쏭 팩토리’까지. 외식 기업 ‘씨엘쏭 컴퍼니’의 대표인 두 부부는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신들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하는 모습은 드문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주면 어떨까?
(근호) 이 분은 씨엘쏭 컴퍼니의 이송희 오너 셰프이다. 레스토랑의 음식재료, 레시피, 요리 등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책임지는 대단한 분이다.
(송희) 내 옆에 앉은 남성분은 레스토랑을 포함해 회사 전체의 비주얼 부분, 예를 들어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마케팅 등을 전담하고 있는 박근호 대표이다.
*이하 편의를 위해 이송희 대표는 ‘송’, 박근호 대표는 ‘근’으로 지칭한다.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른 거 같다.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
(송) 나는 레스토랑에 오는 일반 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편이다. 처음 뵙는 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쿠킹 클래스를 찾아주시는 분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인터뷰하게 되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 반면 박근호 대표는 우리를 꾸준히 찾아주시는 단골이나 VIP 고객들을 관리하고 있다. 나는 보이는 일을 하고 박 대표는 뒤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근) 속칭 내 별명이 박 마담이다. 이송희 대표가 회사의 얼굴이라면 나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꾸준하게 챙기고 있다. 서로 역할이 다르다 보니 업무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친구가 동업자가 되고, 동업자가 평생의 연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레스토랑 세 곳을 포함해 외식 기업을 운영하는 어엿한 부부 오너이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쪽 일이 쉽지 않다. 그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송) 우린 서로 굉장히 다르다. 각자가 중시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결과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스타일인데 반해 박 대표는 뒷심이 강하고 꾸준히 어떤 것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한 마디로 나는 추진력, 박 대표는 지구력이 있다. 물론 서로 너무 다르다 보니 마찰이 생길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발전의 계기가 된다. 아까 말한 시너지가 여기서 발동되는 것 같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 씨엘’이 10주년을 맞았다. 이젠 명실상부 누구나 인정하는    도산공원의 터줏대감이다. 감회가 어떤가?
(송) 일단 뿌듯하다. 도산공원처럼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은 평균적으로 2-3년 안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와중에 그랑 씨엘이 한 곳에서 10년의 역사를 가진 건 정말 행운이다. 중학생이었던 손님이 이젠 대학생이 되어 이곳을 찾는데, 그때마다 참 즐겁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 맞다. 정말 신기하다. 심지어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 서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계속해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라도 손님들이 이 자리에 찾아올 수 있도록 책임감을 되뇌게 된다.
작년에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 ‘인 뉴욕’이 11년 만에 새로운 곳으로 터전을 옮겼다.
(송) 인 뉴욕을 포함해 나는 레스토랑 위치를 선정할 때 항상 나만의 관점을 안고 간다.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주변에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원래 인 뉴욕이 있었던 자리도 바로 앞에 작은 공원 겸 놀이터가 있었다.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잠도 자고 그네도 탈 수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옮긴 곳도 도산공원 앞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 덧붙여 그랑 씨엘과 인 뉴욕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두 레스토랑을 이어주는 스토리도 만들고 싶다. 일종의 레스토랑 투어처럼 말이다.
각각의 레스토랑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근)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예전에는 레스토랑과 손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일방적이기만 했다. 손님은 메뉴를 주문해서 먹고 가고 셰프들은 그에 맞춰 자기 음식을 내놓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쪽 일을 하면서 셰프와 손님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레스토랑의 문화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식으로 발전됐는가? 구체적인 사례가 있으면 좋겠다.
(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고객들이 직접 우리 부부의 스토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부부 사이에 있었던 일화에 로맨틱한 양념을 첨가해주었다. 예전에 내가 이 대표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앨범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앨범 이름을 마이 쏭으로 지었는데 순간 우리 둘이 번뜩였다. 이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결혼 날짜는 미뤄졌지만 ‘마이 쏭’이라는 레스토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고객들은 ‘마이 쏭’이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위해 만들어준 레스토랑이라며 자연스럽게 말하고 다녔고 저절로 바이럴이 됐다. 마이 쏭의 스토리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부이기 이전에 비즈니스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지 10년이 넘었다. 부부로서는 반대가 끌릴 수 있지만 업무적으로는 그러한 부분들이 독이 되기도 한다. 혹시 일 적으로 서로 부럽거나 질투가 난 적은 없었나?
(근) 그런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이송희 셰프는 굉장히 대범하다. 어떤 사건이나 업무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고 종합적인 결과를 예상한다. 이런 부분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나는 이런 부분이 약해서 이 대표에게 종종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반대로 하나하나씩 배울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서로 어느 부분에 반했나?
(송) 바보 같을 정도로 정직하고 뚝심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금만 머리를 써서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원래 왼쪽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계속해서 그것을 밀고 나간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작고 아담하지만 굉장히 강직한 분이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도 항상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말을 하셨는데, 박 대표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근) 이 대표는 무언가를 결정하면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추진한다. 일에 관해서 그런 점이 참 매력적이다. 또한 장인어른의 영향을 받아 당찬 부분도 있는데 그것 또한 매력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예뻐서다.
세 군데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식재료를 만드는 마이 쏭 팩토리까지 운영하고 있다. 곧 ‘프렙’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레스토랑도 기획 중이다. 이렇게 외식 산업 전반에 걸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에게 ‘100년의 기업’을 모토로 하는 씨엘쏭 컴퍼니의 미래를 듣고싶다.
(송) 일단은 그 자리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그랑 씨엘과 마이 쏭이 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거점을 찾거나 더 큰 미래에는 글로벌 진출도 하고 싶다. 여건상 쉽지 않지만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키친부터 리빙까지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즐겁고 멋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음식은 결코 라이프 스타일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오픈 예정인 ‘프렙’이라는 곳은 어떤 공간인가?
(근) 프렙(prep)은 주방에서 요리가 준비되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채소를 씻거나 고기를 썰어 두는 것처럼, 플레이팅이 되기 직전의 모든 과정이다. 이번에 오픈 예정인 ‘프렙’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음식 레시피를 우리가 직접 제안하고 거기에 맞춰 재료를 준비해주는 컨셉이다. 셰프가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서 고객에게 정량을 제공하고 다 함께 이 공간을 만들어간다. 한 마디로 프렙은 고객이 요리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씨엘쏭 컴퍼니의 오너로서 회사의 경영 철학을 알려달라.
(송)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은 딱 하나이다. ‘Fun’. 무슨 일을 하든지 재밌고 즐거워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유머를 섞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랑 씨엘이 노란색으로 인테리어를 했을 때 엘르에게 극찬을 받았었다. 그 당시 레스토랑 전면에 하나의 원색을 쓰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유머를 겸비하면서 일하고 싶다. 모두에게 좋지 않은가?
각자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에 관련된 것도 좋고 궁극적인 인생관이어도 좋다.
(송) 최종 목표는 ‘100년 기업’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맛과 멋, 여유를 가진 식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예컨대 “이러한 음식은 이러한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먹는다.”처럼 말이다. 식문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고 또 그런 회사를 만들 것이다.
(근) 단순하다. 이송희 오너 셰프가 추진하는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게 나의 목표이다.
한국의 외식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멋지다. 동업자이자 부부로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평생을 함께할 서로에게 한 마디 한다면?
(송) 서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면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도 충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간다면 우리 둘의 문제나 회사 문제 모두 다 잘 될 것이다.
(근) 송희가 원하는 것, 계획하는 것, 모두 내가 다 해 줄 테니 일단 시작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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