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5
김 형 규
Tuesday, March 10th, 2015
03 : 30 pm
이탈리안 1세대 셰프로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당시엔 이탈리안 음식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한국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없었을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주변 여건상 이탈리안 음식을 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때였으니까요. 그때는 치즈 한 장 구하기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 상대가 없어서 유리했던 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하는 요리가 형편없었으면 사람들도 오지 않았겠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 곳에서 17년 동안 일했던 점, 제 요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점들이 제 요리를 더 성숙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처음 어떤 분야를 시작하게 되면 뭐든지 겁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셰프님 자신의 요리에 대해 검증할만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요리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 사람에게 2년 정도 요리를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걸 토대로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그 사이에 미국으로 짧은 유학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내가 하는 요리가 정말 ‘이탈리안’이 맞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직접 부딪쳐보기로 했죠. 걱정도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하는 이탈리안 요리가 오리지널 이탈리안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이후부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본을 다지게 됐습니다.
한국 이탈리안 요리의 선구자로서 마음속으로 꾸준히 지켜온 신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셰프님의 요리 철학을 알고 싶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겠지만, 일단 정직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죠. 속이지 않고 좋은 재료로 요리한다면 사람들도 그 정성을 알기 마련입니다. 사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도 셰프의 능력 중 하나인데 이것 역시 기본기랑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철칙은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금을 포함해 기본적인 양념 몇 가지만 쓰는데, 다른 맛들이 너무 섞이게 되면 재료의 기본적인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맛을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제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9년 차 오너 셰프로서 ‘비스테까'를 이끌어오고 계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너와 셰프가 추구하는 가치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너는 ‘수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셰프는 ‘좋은 재료’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오너 셰프로서 둘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시나요?
비스테까를 포함해 토레엔, 오키스를 운영하는 셰프이지만 그전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일식당을 열었다가 한 달 만에 문을 닫은 곳도 있고요. 셰프였지만 사업적인 실패도 꽤 있었습니다. 경영과 요리의 밸런스가 참 힘들다는 걸 몸소 깨달았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함께하는 동료와 식구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레스토랑 식구들에게 마냥 충성을 바라기보다는,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보탬이 돼주어야 합니다. 동료들이 받쳐줘서 지금의 비스테까가 있는 거거든요. 감히 혼자서 무언가를 끌어갈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무언가 특화된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비스테까나 토레엔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그중에서도 정통 스테이크를 특화했습니다. 특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겠지만, 일단 정직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죠. 속이지 않고 좋은 재료로 요리한다면 사람들도 그 정성을 알기 마련입니다.
유독 김형규 셰프님의 제자들은 기본적으로 7-10년 동안 셰프님 아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서로 믿고 의지한다는 뜻인데, 그 과정을 거쳐 여기저기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제자가 많은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자들이 저와 함께 오래 일했기 때문에 숫자로만 따지면 많지는 않죠. 물론 그 친구들이 이제는 이름만 대면 내로라하는 셰프들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청출어람의 기쁨을 느끼게 되죠.
사실 지난번 매거진 인터뷰 때 최현석 셰프님을 만났습니다. 최현석 셰프님께서 김형규 셰프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을 때, 돈독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어떤 제자였나요?
최현석은 확실히 감각 있는 친구입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여러 가지 손재주가 많죠. 물론 까칠한 면도 있고 자존심도 셉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저에게 의논을 잘한다는 겁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항상 먼저 와서 의논하고 그때마다 저는 제 나름의 조언을 줍니다. 실제로 최현석은 제자 중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찾아옵니다. 요즘 방송 출현이 많아서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해요. 나는 너의 그런 모습이 자랑스럽고 네가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분명 너를 좋게 봐주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끈기도 있고 노력도 많이 하는 성실한 친구거든요. 앞으로 더욱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이탈리안 음식의 개막을 맡았던 1세대 셰프로서, 셰프님이 단 하루밖에 살 수 없고 자신의 요리를 마감해야만 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요리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뻔하겠지만 무조건 가족이겠죠? 물론 매일 먹는 것을 또 해줘야 하니 가족들이 물려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가장 해주고 싶은 요리는 리바이 롤 스테이크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테이크거든요. 제겐 비스테까를 오픈하고 약 10년 동안 같이 일해온 집사람이 있습니다. 하루에 20시간씩 10년 동안을 같이 살아온 사람이죠. 또한 저처럼 요리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도 있습니다. 이쪽 분야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걱정도 되지만 가족들이 모두 같은 분야에 있다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드님처럼 이쪽 길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특히 외식업과 관련해 창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도 많죠. 이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쪽 일에 대해 저 자신이 홍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미나나 강의를 통해서 교육하고 싶거든요. 지금은 바빠서 불가능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해보고 싶습니다. 이쪽에 정말로 뜻을 둔 친구가 있다면 아예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알고 했으면 싶으니까요. 알다시피 외식업은 10명 중 9명이 실패하는 분야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개개인이 이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죠. 이 업계는 기술이 쌓여야만 할 수 있는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보통 외식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좋은 점만 생각하지 나쁜 점은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많이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평생을 바칠 각오로 말이죠.
올해 9년째에 접어든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스테까'를 통해 셰프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알려주세요.
셰프는 참 여러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창작도 해야 하고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합니다. 반면에 음식을 먹어주는 손님들도 항상 생각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같은 메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비스테까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메뉴들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죠. 한 메뉴에 집중해서 그것을 발전시킬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같은 음식을 찾는 손님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죠. 저는 ‘비스테까’에 오면 바로 이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손님들이 적은 메뉴로 실속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말이죠. 셰프로서 제가 좋은 걸 골라둔 뒤에 그 안에서 손님들이 자유롭게 선택했으면 합니다.
셰프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요리와 관련된 것도 좋고 인생관이어도 괜찮습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좋은 레스토랑과 문화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 그리고 제가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분발하는 겁니다.
한국의 외식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는 그룹 ‘포잉’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쪽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바라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챙겨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가장 필요하고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BISTECCA
211-3, Itaewon-dong, Yongsan, Seoul
Tel.02-792-7748
founded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