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INTERVIEW / NO.4
최 현 석
Thursday, February 5th, 2015
03 : 00 pm
요즘 TV에서 자주 보는 것 같다.
요즘 방송 출연이 늘어나면서 정말 바쁘게 살고 있다. 예전에 불면증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만 고정되면 잠이 쏟아지는 것 같다.
일명 ‘허 셰프'로 불리며 필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인가 혹은 실제 성격인가?
실제로 난 정이 많고 여린 스타일이다. (하하) 사실 상황마다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결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주방에서 일할 때는 엄격하지만 쉴 때는 다들 친하게 지낸다. 모두 나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하하) 방송은 프로그램 성격상 재밌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부러 더 과장되게 행동한다. 원래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우는 같이 나갔던 셰프끼리 서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미리 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녹화가 시작되니 모두 함구하더라. 그래서 그걸 메꾸려고 더 웃기게 행동했다. 또 정형돈 MC가 허세 컨셉을 굉장히 잘 살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청자분들이 내가 허세를 부리다가 한 번에 망가지는 모습을 재밌어하셔서 더욱 그런 컨셉을 살리기도 한다.
손에 꼽는 스타 셰프로서 항상 샘 킴 셰프와 함께 언급된다. 일전에 샘 킴 셰프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였다. 둘이 대조되는 모습이 불편하지는 않은가? 당신의 그런 컨셉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사사롭게 신경 쓴다면 방송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좋진 않겠지만 어떤 모습이든 안 좋게 보려면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내 모습을 멋지고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별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샘 킴 셰프의 착한 이미지도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결국 일일이 그들을 신경 쓰면 나만 힘들어진다.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으니 문제없다.
방송에 출연하는 수많은 스타 셰프 중 당신의 라이벌을 꼽자면?
사실 방송 쪽으로 이런 것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 주된 업무가 아니니까. 그래도 굳이 뽑자면, 방송하는 셰프 중에 나 같은 신체와 나 같은 언변과 (하하) 나 같은 개그 센스를 가진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하하하하하) 농담이다. 어려운 질문이라 당장은 생각나지 않는다.
방송 이후 인지도가 더 많이 쌓이고 있다. 덩달아 레스토랑 인지도도 올라갔을 것이다.
‘올리브 쇼 2014’부터 지금까지 셰프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아졌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재밌는 예능 요소가 많다 보니 더 많은 분이 봐주시는 것 같다. 덕분에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심지어는 SNS를 통해 해외에 사는 분들이 찾아오거나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900여 개가 넘는 요리를 창작해서 항상 ‘크레이지 셰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전히 유효한가?
요즘 바빠서 시간을 많이 쏟지는 못하지만 요리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방송의 세프 이미지는 잠깐 비치는 모습일 뿐 나는 평생 셰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셰프이기 때문에 늘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당연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크레이지 셰프는 유효하다.
요리를 창작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요리가 200-300가지 정도 될 때는 그냥 컴퓨터 앞에서 텍스트로 메뉴를 만들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한 요리가 그대로 다 나왔었다. 말 그대로 천재였다. (하하)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머릿속에 어떤 맛, 플레이팅, 비주얼을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면 똑같이 그 요리가 나왔다. 하지만 400-500개 정도 되니 그 간격이 벌어지더라. 무언가를 쏟아내서 창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소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는 계속 공부하고 있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수시로 메모해서 요리에 반영한다. 요즘에는 주로 제철 식재료를 찾아 식자재 구멍을 맞추고 그 궁합을 본다. 잘 맞으면 맛도 있고 몸에도 좋다.
어머니, 아버지, 형을 포함해 집안 모두가 요리사 출신이다.
어머니께서 요리를 굉장히 잘하신다. 어릴 때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진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항상 다양하게 반찬을 만들어주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기인 줄 알았던 반찬이 실제로 표고버섯이었던 순간이다. 아버님께서도 호텔 주방장이셔서 어릴 때 놀러 가면 주방에 있는 형들이 맛있는 걸 많이 해줬다. 30년 전인데도 스테이크를 먹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후각이나 미각을 잘 단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가족 중에 당신의 요리 실력은 몇 등인가?
아, 굉장히 고민된다. 음... 일단 어머님이 요리를 정말 잘하셔서 1등을 드리고 싶다. 아버지와 형은 나와 똑같은 양식 분야에 있었으므로 내가 2등을 하겠다. (하하하)
개인적인 질문인데, 검은색 셰프 복을 입는 이유가 있나?
사실 유니폼을 직접 제작해서 입는다. 이전 레스토랑들에서 일할 때도 패션 디자이너와 같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운동을 좋아해서 이소룡이 입는 흰색 차이나 칼라 스타일의 유니폼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참여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걸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5년 전에 디자인한 것이 지금의 검은색 셰프 복이다. 핏이 들어가서 불편할 것 같지만 그런 걸 다 고려해서 활동하기 쉽게 만들었다. 현재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 복도 내가 디자인한 것을 쓰고 있다. 반응이 좋다.
요리뿐만 아니라 디자인, 음악,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하다. 예술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예술가와 셰프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는가?
예술을 하는 셰프로 남고 싶다. 셰프는 기술직이고 노동직이지만 직업 중 예술가로 분류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셰프라는 직업을 예술가로 만들고 싶다. 요리도 예술처럼 평가받는 것이 목표다. 사람들이 내가 요리한 작품을 맛보고 행복해하면 그것만큼 기쁜 게 없고, 그게 바로 진짜 요리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예술가의 경지로 만들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예술을 하는 셰프로 남고 싶다. 요리도 예술처럼 평가받는 것이 목표이다. 사람들이 내가 요리한 작품을 맛보고 행복해하면, 그것만큼 기쁜 게 없다.
‘노동자로 시작해서 기술직으로 익어가다가 예술직으로 전환하라.’ 이 메시지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스승님께 배운 말을 좀 더 키운 것이다. 셰프도 직업이기 때문에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육체적인 노동을 반복해서 숙달해야 한다. 몸에 밸 정도로 고된 노동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뒤에 모든 직업이 그러하듯 자신의 소울을 담아 기술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주도해서 결과물을 내는 주방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요리뿐만 아니라 운영, 인력 관리 등 다양한 부분을 습득하는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그 이후는 자신의 깜냥이다. 사실 경력이 쌓이면 누구나 주방장이 될 수 있다.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로 요리를 나타내야 한다. 배운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접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예술직으로 전환하는 순간이다.
당신은 스타 셰프 중에서 유학파도 아니고 요리와 관련된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모두가 알아주는 이탈리안 셰프이다. 그런 환경에 있으면서 당신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에게 조언해준다면?
하고 싶은 걸 해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박하고 강박적인 세상이지만, 어쨌든 인생은 한 번뿐이다. 어느 정도 삶의 프로포션을 나누어서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두는 게 중요하다. 그 나이 때에 즐길 수 있는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정말 요리를 하고 싶다면 당장 해라. 취업도 중요하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득빠득 일만 해서 40, 50세 때 나를 돌아본다면 굉장히 억울할 거다. 하고 싶은 때에 그걸 하면 자연스럽게 그 일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다.
최근 개봉한 ‘아메리칸 셰프’를 봤는가? 주인공 셰프가 레스토랑 오너와 싸운 후 일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푸드 트럭을 만들어 행복한 오너 셰프가 됐다. 당신 역시도 오너 셰프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가 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간다는 준비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오너 셰프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어쨌든 내 꿈은 세계인에게 내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니까. 그래도 ‘엘본'이라는 이름을 만드는데 5년 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 엘본 더 테이블은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지금까지 규모가 큰 레스토랑에만 있어서 다이닝만이 아름다운 요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주인공이 정말 부러웠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길거리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즐겁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포잉에서 푸드 트럭을 기획하면 함께 할 생각이 있는가?
‘아메리칸 셰프’의 쿠바 샌드위치는 사실 내 전공이 아니라서 힘들지만, 원 바이트로 먹을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예전에 햄버거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나름 마니아 분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파인 다이닝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푸드 트럭을 통해서 그런 문턱을 낮추고 싶다. 우리 같은 셰프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결국 비싸고 격식 차리는 것만이 가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꼭 함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요리 신념을 알려달라.
나의 스승인 김형규 셰프님의 가르침을 빌리고 싶다. “접시에 내는 것은 바로 너의 얼굴이다. 네가 먹기 싫은 것은 손님에게도 내지 마라. 플레이팅이 예쁘지 않다면, 그건 네가 씻지도 않고 밖에 나가는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요리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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