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HOL / NO.4 WINE
WINE IS A NOSTALGIA.

와인은 ‘추억’이다.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에나 할법한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현재 내가 조금 감성적이고 싶기에 이런 주제를 정했다. 원래 이번 달 매거진으로 와인은 ‘발전이다’, ‘진화이다' 등의 와인의 역사 및 근본에 관해 설명하고 싶었지만, 주제가 지루하다는 우리 상사님의 의견을 받들어 미생의 장그래와 같은 심정으로 주제를 바꿨다. 나 역시 이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이번 달에는 감성팔이를 해보려고 한다.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와인은 나에게 확실히 추억이다. 내가 살았던 곳, 만났던 사람, 열었던 파티 등 나는 매 순간을 와인이라는 매개체로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모든 순간 순간을 와인과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와인과 함께 모든 순간을 지내게 되면 부작용이 있다. 바로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마셨던 수많은 와인을 다시 마시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참 좋은 와인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어쨌든 서론이 조금 길어졌다. 결론은 나는 이번 달 매거진을 통해 와인은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와인과 파티, 여행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와인과 파티를 함께 즐기는 방법은 클럽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극단적인 방법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렇다고 친구 둘이 동네 와인 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을 파티라고 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다 같이 와인과 바베큐 등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파티 방식이다. 또한 여럿이 와인 바에 모여 각자가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파티로 규정할 수 있다. 팁을 하나 소개하자면, 클럽에서는 샴페인만 팔고 가격도 비싸서 많은 이들이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만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실제로 샴페인 말고도 퀄리티 좋은 스파클링 와인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스푸만테나 프랑스의 크레망, 스페인의 카바, 독일의 젝트는 가격이 1-10만원으로 샴페인보다 훨씬 저렴하다. 각각의 특성이 샴페인과 약간 다르지만 웬만한 샴페인보다 퀄리티가 좋은 술들이 굉장히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파티로 규정하고 싶다. 사람이 모이면 술자리가 평소보다 길어지기 마련이다. 소주, 맥주, 양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의 변화가 없지만 와인은 10분 마다 그 맛과 향이 변한다. 그런 변화를 느끼면서 술을 먹으면 술자리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재미있다. 그렇기에 와인은 파티에 있어서 최고의 술이라고 생각한다.

와인과 여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와인은 존재한다. 아프리카에도 자국 생산 와인이 있고, 중국, 중동, 러시아,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아메리카 등 모든 곳에 와인이 있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곧 추억이며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비이다. 이러한 여행에서 와인은 그 자체로 여행 장소를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만약 당신이 미국으로 가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미국 와인을 함께 마신다면, 나중에 한국에서 미국 와인을 마실 때 그 미국 와인 특유의 맛과 향이 생각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미국 여행을 떠올리게 해주는 하나의 소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국가마다 그 나라의 특성이 와인에 깃들어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와인에는 특유의 산미가 있고 칠레 와인에는 태양과 같은 뜨거움이 존재한다. 또한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 국가의 와인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다. 따라서 그 나라의 와인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해답이 된다. 맨정신에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여유로워지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지 않은가? 여행할 때 낮부터 와인 한 잔으로 여유를 즐기고 약간의 취기로 행복감을 더하는 것이 여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파티나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도 와인을 마시면 된다. 그럼 그 일상도 당신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5번 정도 와인을 마신다. 알코올 중독이 살짝 의심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매일 어떤 와인을 떠올리면 나에겐 추억이 된다. 일상을 추억으로 살 수 있는 내 인생 그리 나쁘지 않다. 우리 일상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쓰리고 가끔은 아프고 가끔은 짜증 나는 것이 일상의 반복이며, 우리는 그 힘든 하루를 가족 혹은 본인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며 버텨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 너무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역시 와인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와인을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면 와인 사이비 종교의 교주로 보이겠지만, 가끔 와인만한 친구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와인과 함께 좋은 하루는 추억으로, 나쁜 하루는 친구로서 당신을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와인을 마시며 날마다 추억이 되는 삶을 살고 싶지만, 과도한 일과 업무에 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 이번 달이 와인 시리즈의 마지막일 것 같다. 내가 마지막 주제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마시며 그만큼 매일매일을 와인과 함께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이다. 와인은 파티를 빛내주는 존재가 되고, 여행의 맛을 보장하며, 비즈니스의 성공을 높이고,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바꾸어준다. 와인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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